"지방간쯤이야" 방치했다간…간경변·간암까지 부른다 [김효경의 데일리 헬스]
입력 2026.10.20 04:00
수정 2026.10.20 04:00
20일 ‘간의 날’…국내 성인 4명 중 1명 지방간질환 앓아
초기 증상 없어 방치하기 쉬워…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질 수도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 관리 중요…새로운 치료제도 등장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발견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지방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간 손상이 진행돼 심한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일은 간 건강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제정된 ‘간의 날’이다. 간 건강에 치명적인 지방간에 대해 알아보고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술 안 마셔도 생기는 지방간…심혈관질환 위험도
20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21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유병률은 24.1%로 나타났다. 성인 4명 중 1명꼴로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이번 분석에는 성인 남녀 2만3111명의 자료가 활용됐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비만,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으로 불렸으며,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정상 체중이더라도 복부비만이나 혈당·지질대사에 이상이 있다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거나 지방간이 발견돼도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간에 염증이 생기는 ‘대사이상지방간염’으로 진행하고, 간섬유화가 심해지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간경변이 발생하면 간암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성필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도 관련이 있다”며 “간 이외 장기의 암 발생과의 연관성도 연구되고 있는 만큼 지방간을 전신 대사 건강의 경고 신호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지방간 환자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질환의 진행 위험을 판단할 때는 간에 쌓인 지방의 양보다 섬유화 정도가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비만이 심한 경우, 간 수치 이상이 지속된다면 혈액검사와 간의 탄성도 검사 등을 통해 섬유화 위험을 확인해야 한다.
김상균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없더라도 간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을 수 있다”며 “지방간이 발견되면 섬유화 정도를 평가해 간경변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중·혈당 관리가 기본…약물치료 선택지 확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치료의 핵심은 생활습관 개선과 대사질환 관리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있다면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가 도움이 된다. 체중을 5~10% 줄이는 것만으로도 간에 쌓인 지방과 염증을 줄일 수 있으며, 섬유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있다면 함께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약물치료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8월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대사이상 지방간염과 F2~F3 단계의 간섬유화가 동반된 성인 환자 치료에 승인했다.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약물 사용 여부는 환자의 비만과 당뇨병 유무, 간섬유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성 교수는 “이러한 약물은 모든 지방간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치료제가 아니다”라며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식사와 운동, 체중 관리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발견됐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며 “간섬유화 위험을 확인하고 체중과 혈당, 혈압 등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질환의 진행을 막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