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 장관의 현장 방문보다 중요한 것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6.10.19 07:00
수정 2026.10.19 07:00
지역 성장엔진 육성 예산 2조원 투입 예정에 기대감↑
기업 투자·일자리로 이어지는 성과 입증해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강원도 춘천시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을 방문해 주요시설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지역 균형발전은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실제로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며 지역에 사람이 머물 수 있어야 비로소 성과를 말할 수 있다.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겠다며 '5극 3특'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제는 성장엔진을 어디에 심을 것인지보다 그 엔진을 어떻게 가동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권역별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서남권을 찾아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부지 조성과 전력·용수 공급 등 기반시설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조선산업의 인공지능(AI) 전환과 지역 중소조선·기자재 기업으로의 확산 방안도 논의했다.
14일에는 강원권을 방문해 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육성과 투자기업의 애로 해소 방안을 살폈다. 지역별 산업 특성에 맞춰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장 행보는 필요하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이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방문과 간담회가 반복되는 것만으로 지역산업의 체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가 내놓은 숫자만 보면 지역 성장에 대한 기대는 크다. 산업부는 2027년 예산안에 5극 3특 지역주도 성장 예산으로 2조731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62% 늘어난 규모다.
지역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지만 예산 증액 자체가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산이 실제 지역의 투자와 고용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지역에 자리 잡는 데 필요한 조건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더라도 전력과 용수 공급이 늦어지거나 인허가가 지연되면 투자 일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생산시설이 들어선 뒤에도 숙련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협력업체와 연구개발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로 파급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지역별로 다른 여건을 무시한 채 같은 지원책을 적용하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와 조선, 바이오, 배터리는 필요한 기반시설과 인력, 협력업체 생태계가 서로 다르다.
지역마다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키우려면 각 사업의 병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명확히 나눠야 한다.
성과를 확인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투자 유치액이나 지원 예산의 규모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 집행률, 사업 추진 일정, 지역 기업의 공급망 참여, 신규 고용과 청년 정착까지 살펴야 한다.
계획이 지연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은 원인을 공개하고 지원 방식을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 성장정책이 일회성 행사나 선언에 머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5극 3특의 목표는 단순히 산업시설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 있지 않다. 지역마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산업 기반을 만들고 그 과실이 기업과 노동자,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
장관의 현장 방문은 정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산업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방문 일정표가 아니라 투자와 고용의 변화다. 지역의 성장엔진이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지 그 성과가 지역 주민의 삶까지 바꾸고 있는지 숫자와 결과로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