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시대 앞둔 코인판…기존 코인은 어쩌나
입력 2026.10.16 07:06
수정 2026.10.16 07:06
이더리움·서클 등 양자내성 기술 도입 경쟁
비트코인도 BIP 360·361 개선안 논의
새 서명 도입부터 기존 코인 이전까지 과제
양자컴퓨터 위협에 대비한 가상자산 보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비트코인도 새 암호기술 도입과 기존 코인의 안전한 전환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양자컴퓨터 위협에 대비한 보안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서 기존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암호체계를 도입하더라도 이용자가 자산을 이전하지 못하거나 기존 서명 방식이 계속 허용되면 공격 위험이 남을 수 있어서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최근 비트코인의 양자 대응을 위해 서명 기술과 자산 보관, 이용자 전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격 가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한 뒤 대응에 나서면 합의 규칙 변경과 생태계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비트코인은 개인키로 거래에 서명하고 공개키로 이를 검증한다.
현재 컴퓨터로는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알아내기 어렵지만,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이 보안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
공격자가 개인키를 복원해 소유자처럼 거래에 서명하고 자산을 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프로젝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지난달 실행·합의·데이터 계층 전반에서 2029년 12월까지 양자내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갑의 거래 승인뿐 아니라 네트워크 운영과 데이터 검증까지 아우르는 구상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업그레이드와 개발·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서클은 지난달 자체 블록체인 아크(Arc)의 메인넷 출시를 발표하며 양자내성 서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더 넓은 범위의 보호 기능은 개발 중으로, 서명 지원이 네트워크 전체의 양자 보안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타크넷도 계정별로 서명 검증 규칙을 정할 수 있는 구조를 활용해 양자내성 거래를 실험했다.
해당 계정은 감사를 받지 않은 연구용이며, 이더리움과 연결되는 자산 이전·데이터 게시 영역의 보안은 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비트코인에서는 공개키의 장기 노출 위험을 줄이는 개선안인 BIP 360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탭루트의 기능을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 양자 공격에 취약한 공개키 기반 직접 지출 경로를 제거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개선안만으로 모든 양자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가 전파된 뒤 승인되기 전의 짧은 시간에 개인키를 복원하는 공격까지 막으려면 별도의 양자내성 서명이 필요할 수 있다.
주소 재사용 등으로 공개키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선안은 현재 초안 단계다.
새로운 서명을 도입할 때는 거래 처리 부담도 따져야 한다.
비트코인은 블록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돼 있다. 서명 크기와 검증 비용이 커지면 거래 수수료와 네트워크 운영 부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코인베이스는 향후 서명 방식을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제안했다.
양자내성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더 적합한 방식을 수용할 여지를 두자는 취지다.
수탁기관이 사용하는 다자간 연산(MPC)과의 호환성도 고려 사항으로 꼽았다.
암호기술의 안전성뿐 아니라 개인 지갑과 기관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코인의 처리 문제는 더 복잡하다.
개인키를 잃어버렸거나 전환 시기를 놓쳐 자산을 옮기지 못한 경우, 해당 코인은 기존 보안 체계에 의존한 채 양자 공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BIP 361 초안은 양자내성 방식 도입 이후 취약한 주소로의 전송을 제한하고, 기존 서명으로 지출할 때 양자 공격에 안전한 복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기존 보유자의 지출 조건을 바꾸는 사안이며, 아직 비트코인에 적용된 규칙은 아니다.
코인베이스는 분실하거나 접근할 수 없는 코인의 처리 논의를 기술 개발과 병행하되, 이 문제로 양자내성 서명 도입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양자컴퓨터의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시스템을 전환하려면 기술 개발과 함께 인프라 호환성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가상자산 수탁기관과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새로운 서명 체계를 손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유연한 표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