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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권한 있다면 책임도 져야 [기자수첩-유통]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10.16 07:03
수정 2026.10.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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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아무래도 '유죄추정'의 원칙을 세운 것 같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K-푸드가 세계로 향하고, 기업들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한켠에서 이들을 벼르는 시선이 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다.


최근 업계를 향한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위법 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의혹부터 알려진다. 과징금을 포함한 제재라도 내려지면 대대적 공식발표가 이어진다. 공정위의 브리핑장은 기업을 향한 단두대다.


반면 공정위가 내린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혔을 때 그들이 어떠한 책임있는 행동을 했는가 하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은 누명을 벗었지만, 그간 훼손된 이미지를 복원하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다.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힌 사례만 보면 SPC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2020년 SPC그룹이 계열사에 부당지원을 했다며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에서 전액 취소됐다.


삼성웰스토리 사건도 있다. 공정위는 2021년 삼성 계열사들이 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줘 부당지원했다고 보고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4월 이를 모두 취소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사법부는 공정위의 무리한 공권력 행사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보면 올해 기업들이 제기한 공정위 처분 집행정지 신청 39건 가운데 79.5%에 달하는 31건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법적 분쟁이 급증한 배경에는 공정위의 '일단 때리고 보자' 식의 현장조사 증가가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공정위의 기업 현장조사 건수는 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이상 폭증했다. 종전 최다 기록이었던 2019년 4분기 수치도 넘어섰다.


법원의 판단이 기업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정위의 처분 역시 법률과 증거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조사와 제재의 정당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의혹의 크기만으로 부여되는 게 아니다.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식품기업의 경우,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공정위도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에 발생한 피해와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다. "공정위가 '유죄추정'의 원칙을 세운 것 같다"는 식품업계 내부의 자조는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다.


행정권력의 잘못된 혐의 제기로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면 이를 바로잡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공정위가 기업을 의심할 권한이 있다면, 오판에 대해 책임질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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