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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주변의 하이에나들 [정상환의 시대읽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15 07:00
수정 2026.10.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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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4분의 1에 벌써 흔들리는 여권 대오

힘 빠진 사자 주변 맴도는 하이에나들

개헌 카드, 국면 전환인가 새 싸움판인가

권력 셈법에 갇혀 국가 미래는 뒷전

이재명 대통령이 4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며 추미애, 안호영, 박주민 등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무리 지어 다닌다. 나와바리를 지킨다. 뿜빠이는 철저히 한다. 보스의 자리를 넘본다. 밥값을 잘 내지 않는다.


조폭과 정치인의 공통점이라는 우스갯소리다. 웃자고 만든 이야기지만, 권력의 속성을 들여다보는 데 이만큼 직관적인 유머도 드물다.


권력과 하이에나를 빗댄 재담도 있다.


하이에나는 눈치를 보며 사자 곁을 맴돈다. 사냥을 끝낸 사자가 포식을 마치면 남겨진 사체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그러나 사자가 힘을 잃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빨 빠진 사자는 더 이상 경계의 대상이 아니다.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무리 지어 사자를 물어뜯고, 먹잇감으로 삼는다. 사자는 속수무책으로 하이에나의 한 끼 밥상이 된다.


정글의 법칙은 정치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권력 주변에는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만 모이지 않는다. 자리를 탐하는 사람, 지분을 노리는 사람, 다음 권력에 미리 눈도장 찍으려는 사람도 뒤섞인다. 같은 깃발 아래 있다고 계산기까지 같을 리 없다.


최근 여권의 상황을 보면서 이 재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드러난 당내 균열은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계기로 더욱 또렷해졌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맞물리면서 여권 내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와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고, 후보자를 ‘밀정’과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에 빗대기도 했다.


김용민 의원은 반민특위 위원장에 친일파를 임명하는 격이라며 반발했다. 이 대통령이 인사와 정책을 자기 뜻대로 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개혁을 앞세워 내부 공격을 한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김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 건 자리를 탐해서가 아니다”라며 맞받았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인사청문회 증인 문제를 둘러싸고 “이재명 정부도 잠깐 흘러가는 한 페이지일 뿐”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여권의 빅스피커인 유시민 작가까지 후보자 인선을 비판하면서 논란은 여권의 경계를 넘어 진보 진영 내부로 확산했다.


정책과 인사에 대한 이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우리가 이재명이다’라던 호가호위의 목소리도 예전만큼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때도 그랬다. 임기 후반인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탈원전 정책에도 이견을 드러냈다. 정권과 거리를 두며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는 정권의 임기 후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임기의 4분의 1이 지났을 뿐이다.


정권의 권위가 생각보다 빨리 희미해지는 모양이다.


하긴, 사자가 힘을 잃으면 어떤 하이에나는 빈틈을 노리고, 어떤 하이에나는 다음 사자를 찾아 나선다.


정글에서 살아남는 데 힘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후각과 눈치, 촉도 생존의 무기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인들의 계산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정치인에게 선거는 정치적 생존이 걸린 시험대다. 공천도 받아야 하고, 당선도 해야 한다.


자신의 선거에 대통령이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 어제의 충성은 오늘의 침묵이 되고 내일의 거리 두기로 바뀔 수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여권에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아직 임기 초반인 만큼 이를 현실적인 전망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생존 계산이 대통령의 사정까지 봐줄 리는 없다.


이 지경에 이르면 이 대통령도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개헌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일부 권한 분산을 포함한 개헌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여야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권력구조 개편은 정국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그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논의는 차기 권력의 진입로와도 맞닿아 있다. 누가 다음 권력의 중심에 설 것인지, 누가 그 주변의 지분을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이 조기에 시작될 수 있다. 개헌이라는 큰 판이 열리면 하이에나들은 새로운 먹잇감을 놓고 다투게 된다. 사자는 그 틈을 이용해 조정자를 자처하며 상처를 추스를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개헌이 실제로 국면 전환에 활용될지, 오히려 여권의 경쟁을 격화할지는 정치적 합의와 추진 과정에 달려 있다. 다만 권력의 위기가 새로운 정치판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힘이 빠져도 사자는 사자다. 순순히 먹잇감이 될 리는 없다.


상처 입은 사자는 더 사나워질 수도 있다.


주변의 무리가 흔든다고 해서 권력의 수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치의 수단은 인사권·예산권·사정권이다.


자리를 주고, 예산을 배분하고, 사정의 칼을 움직일 수 있다.


달랠 수도 있고 압박할 수도 있다.


권력의 이런 능력은 아직 유효하다.


하이에나들도 후각과 눈치, 촉을 발휘해야 한다.


사자가 약해졌다지만 아직 이빨은 날카롭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시켜줄 수는 없어도 못되게 할 수 있는 게 힘 빠진 사자의 마지막 힘이다."


유념들 하시라.


정작 씁쓸한 것은 임기 4분의 1을 갓 지난 정권에서 벌써 권력 주변의 셈법이 국정의 방향을 압도하는 듯하다는 사실이다.


진행 중인 국정감사마저 '인(人)정감사'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정책과 국정 운영을 따지기보다 사람을 겨누고 정적의 흠집을 찾는 데 골몰한다면,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누가 자리를 차지하고, 누구를 밀어내며, 누가 다음 권력의 품에 안길 것인가. 정치가 이런 계산에 매달리는 동안 세계는 미래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우주 공간·북극항로·핵심 자원·인공지능과 초격차 기술을 놓고 미래 시장과 공급망을 선점하려 한다.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보완해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따진다. 미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어떤가. 권력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계산에 갇혀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권력의 자리는 나눠 가질 수 있어도 국가의 미래와 역사의 책임은 나눠 가질 수 없다.


권력을 둘러싼 셈법은 넘쳐나는데, 대한민국의 담대한 미래를 열어갈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정작 잠 못 이루는 건 국민이다.


ⓒ

글/ 정상환 자유시장연구소 연구위원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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