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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열풍의 숨은 주역 '메이드 인 충북'…지역경제도 ‘활짝’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10.15 07:55
수정 2026.10.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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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카코리아·에이치피앤씨 공장 직접 가보니

AI·로봇 자동화부터 제약 수준 품질관리까지

차별화된 제조 역량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충북, 엑스포·인재 양성 등 K뷰티 산업 지원 박차

충북 음성에 위치한 코스메카코리아 공장 전경.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충청북도가 국내 화장품 산업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제조기업들이 충북에 모여있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산 경쟁력을 높이며 K뷰티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생산활동은 지역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충북 역시 화장품 산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찾은 충북 음성군 코스메카코리아 공장. 이곳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 공급할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K뷰티 제조 현장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1999년 설립된 화장품 연구개발·제조 전문기업이다. 단순한 제조자개발생산(ODM)을 넘어 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 생산,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자체 사업 모델인 OGM(Original Global Manufacturing)을 내세우고 있다.


니베아,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국내외 약 600개 고객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매월 약 320종, 연간 약 3800종의 신제품을 개발한다. 연간 생산하는 화장품 종류만 1만2000여종에 달한다.


코스메카코리아는 현재 충북에서 3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음성 1공장에서는 색조화장품을, 2공장에서는 기초화장품을 생산한다. 청주공장에서는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주로 만든다.


이런 코스메카코리아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제조공정의 디지털 전환이다. 고객사마다 다른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다품종 제조 환경에서 생산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서다.


이날 공장에 들어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통합관제실이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에는 공장별 생산 현황과 설비 가동률, 제조공정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공장 내부를 직접 돌아보지 않아도 어느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고,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관제실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화장품 배합탱크를 3차원(3D)으로 구현한 '디지털트윈' 시스템이다. 화면 속 배합탱크를 선택하자 제조 과정의 온도와 압력, 교반 속도(RPM) 등이 나타났다. 원료가 혼합되는 과정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시간에 따라 기록되고 축적된다. 회사 측은 이러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기존 제조 조건보다 효율적이거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고, 담당자에게 개선안을 제안하는 데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관제실을 나와 둘러본 제조 현장에서는 자동화 기술이 실제 생산공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품 제조는 원료를 혼합해 내용물을 만드는 배합공정에서 시작된다. 이후 완성된 내용물을 용기에 채우는 충전, 뚜껑을 닫는 밀봉, 포장 등의 과정을 거쳐 완제품이 생산된다.


음성공장에는 100㎏부터 최대 10t까지 다양한 규모의 배합설비가 마련돼 있다. 제품에 따라 적게는 20개, 많게는 70~80개의 원료가 들어간다. 원료의 종류와 함량뿐 아니라 투입 순서, 혼합 조건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달라지는 만큼 정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배합공정에도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제조 단계마다 설비를 조작해야 했지만, 현재는 미리 설정된 제조 조건에 따라 배합설비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일부 설비에 적용했다.


다만 원료를 배합탱크에 투입하는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된 것은 아니다. 화장품마다 사용되는 원료가 다르고 투입 시점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선 사용량이 많은 주요 원료 약 10종을 대상으로 자동 투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배합을 마친 화장품 내용물은 충전실로 이동한다. 내용물이 외부 공기와 접촉하는 공간인 만큼 별도의 위생관리 기준을 적용한다. 충전실에서 용기에 내용물을 채우고 뚜껑을 닫으면 이후 포장공정으로 넘어간다.


14일 충북 음성군 코스메카코리아 공장 통합관제실에서 화장품 제조공정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다. 중앙 화면에는 배합설비를 3차원(3D)으로 구현한 디지털트윈 시스템이 표시돼 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포장라인에서는 로봇이 제품을 포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지난 6월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라인을 구축했다. 용기의 크기와 형태에 맞춰 설비를 조정하고 충전·포장 작업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물론 100% 자동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일부 정형화된 포장재의 경우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국내외 약 600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1만2000여종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만큼 제품마다 용기와 포장 규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코스메카코리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람 손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복잡한 포장 작업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거운 완제품 상자를 쌓는 작업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20~30㎏에 달하는 상자를 직접 들어 올려야 했지만, 반복적인 적재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한 것이다.


향후 코스메카코리아는 내년 5월까지 무거운 완제품 상자를 자동으로 쌓는 로봇과 자율주행 이동로봇(AMR)을 연계해 물류 자동화 체계를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이러한 제조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6409억원, 영업이익 83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에이치피앤씨(HP&C) 제조 시설 내부 모습.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같은 날 방문한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에이치피앤씨(HP&C)는 제약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화장품 제조에 접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에이치피앤씨는 1993년 의약품과 화장품 유통사업으로 출발해 2014년 오송에 공장을 준공하며 제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자체 화장품 브랜드 '테라비코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의약품·의약외품 제조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에이치피앤씨는 정제수 제조장치와 제약사급 공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과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 국제 화장품 제조관리 표준인 ISO22716 인증을 확보했다.


실제 이날 공장 방문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세척실과 건조실의 배치였다.


일반적인 화장품 공장에서는 여러 제조실이 세척·건조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에이치피앤씨는 각 제조실에 별도의 세척실과 건조실을 마련했다.


서로 다른 제조공정에서 사용한 도구가 섞이거나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물기가 복도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제조시설 내부의 공기 흐름도 관리하고 있다. 공조설비를 통해 청정도가 높은 공간에서 낮은 공간으로 공기가 흐르도록 설계해 외부 오염물질이 제조공간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줄였다.


에이치피앤씨도 K뷰티의 부흥 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50억원 정도로 올해는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위치한 에이치피앤씨(HP&C) 공장의 물류창고 모습.ⓒ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이처럼 충북에 자리 잡은 화장품 제조기업들은 각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K뷰티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장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충북에 따르면 도내 화장품 제조기업은 225개사로 전국의 5.4%를 차지한다. 청주에 96개사, 음성에 66개사가 위치해 있다.


화장품 산업 관련 고용 인원은 1만764명에 달한다. 수출액은 3억5700만 달러로 전국 4위 수준이다. 화장품 산업이 지역의 주요 수출산업이자 일자리 창출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충북이 화장품 제조기업들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연구개발 인프라와 교통망이 있다.


특히 청주 오송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 관련 국책기관을 비롯해 연구기관과 기업지원시설이 집적돼 있다. 화장품 기업들이 제품 개발과 품질관리, 인허가 등에 필요한 산업 기반을 활용하기 유리한 환경이다.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 등 교통 인프라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높고 국내외 이동이 편리해 기업 활동과 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이러한 환경 속 기업들의 신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지난 9월 충북, 청주시와 2000억원 규모의 화장품 제조시설 신설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새로운 스킨케어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을 시작해 2030년까지 설비를 확충할 예정으로, 약 5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충북도 이러한 산업 기반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화장품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연구개발과 제조, 해외 수출을 연결하는 K뷰티 산업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청주 오스코(OSCO)에서 열리는 '2026 오송화장품뷰티엑스포'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엑스포에는 국내외 250개 기업이 참가해 348개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해외 참가기업은 중국과 일본, 독일, 불가리아 등 27개사로 지난해 6개사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는 기업 간 거래(B2B)를 중심으로 해외 판로 개척 기능을 강화한다. 충북은 39개국에서 해외 바이어 200명을 유치했으며, 현장 참여 바이어 등을 포함해 약 500명 규모의 상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1200건 이상의 수출상담과 2600억원 규모의 상담 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충북은 청주시 오송읍에 '오송국제 K-뷰티 아카데미'를 조성하고 있다.


오송역과 청주 오스코 인근에 들어서는 아카데미는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약 9044㎡ 규모다. 헤어·메이크업·피부미용·네일 등 실습시설과 전시·홍보시설, 창업·연구실, 기숙사 등을 갖춘 전문 교육시설로 조성된다.


충북은 이를 통해 국내외 뷰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교육과 체험, 창업을 연계해 화장품 산업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신용한 충북도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충북은 반도체와 바이오, 이차전지 산업 기반이 잘 갖춰져 있지만 주로 단순 생산기지에 머물러 있다"며 "바이오·헬스케어는 K뷰티, K코스메틱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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