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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에게 필요한 건 ‘희생’이 아니라 ‘구조’다 [박정선의 컬처리셋]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0.15 06:01
수정 2026.10.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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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문제는 시인했지만… 특혜 의혹엔 '희생' 논리로 답해

스스로 꺼낸 "제도적 기준", 패노메논에도 적용돼야

‘컬처’(Culture)와 ‘리셋’(Reset)을 합친 [컬처리셋]은 문화계의 익숙한 장면을 원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칼럼입니다. 무대 위의 화려한 성과와 차트 위의 숫자, 연일 이어지는 화제와 논란 뒤에는 늘 그것을 만들어낸 구조와 사람이 있습니다. 대중문화계의 이슈를 단편적인 사건으로 소비하기보다, 그 배경과 맥락을 읽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업계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관행에 질문을 던지고 새롭게 떠오르는 흐름의 의미를 짚으며, 익숙함을 한 번 ‘리셋’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섰다. 참고인이 아닌 증인 자격이었고, 출석도 본인이 먼저 요청했다. 위증 시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선서까지 하며 국감장에 선 민간인 위원장은 흔치 않다.


답변 역시 피하지 않았다. 내년 12월 개최 예정인 글로벌 케이팝 축제 ‘패노메논’의 해외 상표권을 JYP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출원한 데 대해 그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이었다”고 시인했다. 상표를 빼앗길까 조급했다는 설명과 함께, 상표권이 JYP 남을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해명보다 인정을 앞세운 태도는 그가 이 사업을 얼마나 절박하게 붙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7일 문체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아쉬움이 남은 건 4대 기획사 특혜 의혹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 위원장은 패노메논이 하이브·SM·JYP·YG의 “몇 년간의 희생을 담보로” 출발한다고 말했다. 각사 대표 가수들이 개별 공연에 나서면 두세 배를 벌 수 있는데 이를 내려놓게 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기 비전과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를 보고 모두가 ‘결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희생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 4개사는 장기 비전과 파급 효과를 따져 참여를 결정했다. 단기 매출 대신 시장 확대와 브랜드 효과를 택하는 건 기업이 늘 내리는 투자 결정이다. 4개사가 손익을 따져 참여를 결정했다면 그것은 계산의 결과이지 헌납이 아니다.


계산서에 잡히지 않는 이익도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와 손잡고 국가 단위 행사를 주도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획사에는 상당한 자산이다. 정책 논의 테이블에서의 발언권, 해외 파트너에게 내밀 수 있는 신뢰, 행사가 자리 잡은 뒤의 사업 기회까지 더하면 ‘포기한 공연 수익’만으로 손익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특히 위원장이 참여 기업 가운데 한 곳의 창업자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더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를 박 위원장의 사심으로 읽을 생각은 없다. 그가 케이팝(K-POP) 다음 단계를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는 건 업계가 익히 알고 있다. 문제는 의도가 아니라 언어다. 국감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보수도 없이 시간 내고 자비 지출해가며” 애쓰는 그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 사업을 둘러싼 이야기는 더 ‘헌신’의 서사로 기울었다. 그런데 공익 사업이 ‘손해를 감수한 헌신’으로 소개되는 순간, 예산과 권한에 대한 질문은 성의를 몰라주는 트집처럼 들리게 된다. 질문하는 쪽이 머뭇거리게 되는 구도는 그 사업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패노메논' 추진 계획 발표 간담회에 선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대중문화교류위원

흥미로운 건 박 위원장 자신이 이미 다른 해법을 말했다는 점이다. 배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200만원가량의 직책수행경비를 받았고, 별도로 업무추진비 카드와 해외출장 경비도 지원받았다. 박 위원장은 ‘무보수’라던 직책에 월 200만원 안팎의 경비가 지급돼 온 사실이 알려지자, 반납하고 싶지만 그러면 후임자가 “박진영도 안 받았는데”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며 기준을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 사람의 선의에 기대지 말고 규칙을 세우자는 얘기다. ‘패노메논’에 필요한 것도 정확히 그것이다.


위원회는 상표권을 향후 행사 실행 전담 법인에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그 법인이 언제 어떤 지배구조로 세워지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문체부 예산과 4개사의 투자가 어떤 비율로 들어가고, 수익은 어떻게 나뉘는지도 공개돼야 한다. 위원장이 소속사와 이해가 얽힌 결정에서 어떻게 비켜서는지, 4대 기획사 밖의 기획사와 아티스트는 어떤 경로로 참여할 수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공개된 문서로 나온다면 ‘특혜’라는 공세는 근거를 잃는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다음 국정감사 전까지” 같은 지적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1년 뒤 박 위원장이 들고 올 것이 ‘얼마나 내려놓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짜여 있는가’이기를 바란다. 진심은 구조로 증명될 때 가장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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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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