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30년’ 현대차그룹, 20조 베팅…생산·수출·전동화 판 키운다
입력 2026.10.14 17:00
수정 2026.10.14 18:14
현대차, 14일 인도 푸네 신공장 준공식…현지 생산 100만대 육박
2032년까지 155억달러 투자…연구개발·공급망·신사업 확대
전기차·전기 3륜차 등 현지 공략 강화…전세계 30여개국 수출도
인도 동반진출 국내 협력사 120여개…신시장서 성장 기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데벤드라 파드나비스 마하라슈트라주 주수상 등 관계자들이 14일(현지시간)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에서 열린 푸네 신공장 준공식에서 참석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아 20조원 규모의 투자로 다음 승부에 나선다. 푸네 신공장을 앞세워 생산과 수출을 늘리고, 연구개발·공급망·미래 모빌리티까지 사업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난 30년간 쌓은 현지 사업 기반에 대규모 투자를 더해 인도를 전동화와 신흥국 공략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14일(현지시간)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에서 푸네 신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2020년 가동을 중단한 옛 GM 공장을 2023년 인수해 스마트 제조시설로 재구축한 거점이다.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0년간 인도 자동차 산업과 동반성장하며 글로벌 3위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푸네 신공장은 인도에 대한 현대차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준공식에 맞춰 올해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인도에 155억달러, 약 20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도 공식 발표했다. 생산시설 확충뿐 아니라 현지 연구개발 역량 강화, 부품 공급망 육성, 미래 신기술과 신규 사업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에 투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전날인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직접만나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인도 모빌리티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면담에서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 국가”라며 “올해부터 7년간 약 15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푸네 공장 가동을 통해 연 140만 대 생산 체제를 확보했으며, 안정적인 생산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의 첫 축은 생산과 수출이다. 푸네공장은 첸나이 1·2공장에 이은 현대차의 인도 내 세 번째 생산거점으로, 현재 연간 생산능력은 17만대다. 첸나이 82만4000대를 합친 현대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99만4000대에 달한다. 기아 아난타푸르공장까지 포함하면 그룹 차원에서는 연간 140만대 이상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푸네공장을 2028년 연산 25만대, 2030년 32만대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첸나이를 포함한 현대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2030년 114만4000대로 늘어난다. 현재 생산하는 2세대 베뉴는 인도 내수와 멕시코·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 등 30여개국에 공급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2030년 수출 비중을 30%까지 높일 방침이다.
생산거점 확대는 전동화 전략과도 맞물린다. 푸네가 베뉴 생산을 전담하면서 첸나이 공장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푸네 역시 향후 다른 SUV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유연생산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 푸네 공장 전경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아이오닉 5와 크레타 일렉트릭에 이어 내년 1분기 인도 차급 기준 소형 전기 SUV를 현지 전략차종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30%로 높이는 목표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 제품군을 확대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연구개발과 공급망 투자도 현지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도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대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해 고객에게 맞는 상품과 기술을 보다 신속하게 개발·공급할 계획이다. 현지 협력업체와의 합작 투자로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신규 차종에는 현지화 과정을 거친 레벨 2 수준의 운전자 보조 기술을 탑재할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할 인도 내 투자 전문 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관계사와 공동으로 설립할 법인은 그룹 차원의 미래 투자 과제를 발굴하고 조율·집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지 파트너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우수 협력사 발굴을 지원해 정책·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이 인도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내수 성장과 수출거점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약 14억7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중국·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다.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457만대에서 올해 525만대로 약 15% 확대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인도 경제 성장률을 7.1%로, 국제통화기금은 올해와 내년 모두 7%로 예상했다.
수입 완성차에 대한 높은 관세는 현지 생산 기반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소다.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 원가와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여건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에는 성장하는 인도 내수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차량까지 생산할 수 있는 거점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현대차 57만1878대와 기아 28만286대 등 총 85만2164대를 판매했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18.7%로 그룹 기준 시장 2위를 기록했다.
인도 시장에 공을 들여온 행보는 현지 증시 상장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는 2024년 10월 해외 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법인을 상장했다. 당시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인도를 장기 성장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출에서도 성과가 쌓이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현지 자동차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승용차 누적수출 400만대를 달성했다. 인도를 내수 판매와 해외 공급을 함께 담당하는 생산거점으로 육성해 온 결과다.
현대차 인도 차량 라인업 ⓒ현대자동차
국내 협력사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 기아와 함께 인도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는 120여 개에 달한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만 운영되던 2011년 68개사에 머물렀던 동반진출 협력사수는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 건설과 함께 2019년 84개사로 늘어났고, 이번 푸네공장 준공으로 120개사로 증가했다.
인도진출 협력사들의 인도 매출도 크게 늘었다. 차체부품을 생산하는 성우하이텍은 현대차·기아와 함께 첸나이, 아난타푸르, 푸네 등 3곳에서 부품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에서의 매출이 2019년 3458억원에서 2025년 5346억원으로 54.6% 급증했다. 푸네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매출은 대폭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어트림 등을 공급하는 서연이화도 같은 기간 인도 매출액이 3003억원에서 5925억원으로 97% 늘었고, 조향 및 제동 부품을 생산하는 HL만도의 지난해 인도 매출액은 1조81억원으로, 2019년 5294억원 대비 90% 이상 뛰었다.
한편, 자동차부품의 대 인도 수출액은 지난해 8억4109만달러로, 인도와의 무역에서 주요 품목 5위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