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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뒤편의 야근, 법원은 누구의 노동으로 돌아가나 [기자수첩-사회]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10.14 07:00
수정 2026.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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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접수 후 첫 기일까지 평균 처리기간 모두 늘어…장기미제사건 증가

재판연구원 올해 월평균 초과근무 최대 43시간…노동 정당 대가 못 받아

법관 증원 외 재판연구원 등 지원 인력 업무량 및 근무수당 기준 등 점검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재판을 서두르라는 요구는 높아지는데 정작 재판을 굴리는 사람들의 시간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 판결문 한 장이 나오기까지 법정 밖에서 누군가는 야근을 하고, 누군가는 일한 시간만큼의 수당도 받지 못한다. 신속한 재판을 외치는 법원은 그 속도를 누가 떠받치고 있는지 돌아보고 있을까.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2024년 5월 발간한 '재판의 지연 실태와 신속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사건 접수 후 첫 기일까지 걸리는 기간과 사건 평균 처리기간이 모두 늘었다. 장기미제사건도 증가했다. 사건의 복잡성이나 법리 다툼의 확대 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할 인력이 충분한지도 빼놓을 수 없다. 법관 정원은 2014년부터 10년간 3214명에 묶여 있다가 지난해에야 증원 법 개정이 이뤄졌다. 정원 확대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현장의 인력난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그사이 법원 업무를 떠받쳐 온 축 가운데 하나가 재판연구원이다. 판사의 재판 업무를 보조하며 법령과 판례를 검토하고, 사건 쟁점과 관련 자료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사건에 따라 판결문 초안 작성에도 관여한다. 법관이 충실하게 심리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지만 정작 이들의 업무 부담은 가볍지 않다.


서울고법 재판연구원의 올해 1~7월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적게는 22.9시간, 많게는 43.3시간에 달했다. 법원행정처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올해 1월부터 초과근무수당을 월 35시간까지만 지급하고 있다. 실제 일한 시간이 한도를 넘으면 그 차이는 미지급 노동으로 남는다. 재판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받지 못하는 셈이다.


업무량만큼이나 눈여겨볼 대목은 조직의 특수성이다. 재판연구원은 판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위치에 있고 향후 법관 임용을 염두에 두고 경력을 쌓는 경우도 있다. 업무 부담이나 근무 여건에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로가 개인의 성실함으로 포장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가 묵묵히 견뎌야 할 몫으로 굳어지면 조직은 문제를 발견하고 고칠 기회마저 놓친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과 공소청 출범으로 형사사법 체계도 큰 변화를 맞았다. 수사와 기소의 역할이 나뉘면서 사건 처리 과정은 물론 법정 업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제도가 바뀌었다고 법원의 부담이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기관 간 협조가 원활하지 않거나 법정에서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 늘면 부담은 재판 현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속한 재판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다. 그렇다고 속도만 앞세울 수는 없다. 충분한 검토와 충실한 심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처리 건수만 늘린다면 재판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법관 증원과 함께 재판연구원 등 지원 인력의 업무량, 초과근무수당 지급 기준과 예산도 점검해야 한다. 과부하를 개인의 희생으로 메우는 방식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재판은 판사의 선고로 끝나지만 판결문은 판사 한 사람의 노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정 안의 판단이 충실하게 이뤄지려면 법정 밖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도 보호받아야 한다. 제도를 고치고 정원을 늘리는 일도 현장을 움직일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성과로 이어진다. 신속한 재판을 외치기 전에 그 재판을 누가, 어떤 여건에서 수행하는지부터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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