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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치료제 없는 '살인 진드기병'…현대바이오가 나섰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10.13 14:24
수정 2026.10.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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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투약 목표로 식약처 사전협의 착수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로 여러 감염병 대응

배병준 현대바이오 사장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FTS 제프티 임상 개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살인 진드기병'으로 불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치료제 국내 임상 2상에 도전한다. 국내 허가가 무산됐던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XAFTY)'의 재활용이다. 다른 적응증을 통해 사람 대상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바로 유효성 검증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배병준 현대바이오 사장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SFTS 제프티 임상 개발 출정식’을 열고 “월별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 SFTS 환자의 95.4%가 5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한다”며 “임상 2상에 착수한다면 내년 5월 초 투약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배 사장은 “그 시점을 맞추기 위해 식약처 사전상담과 임상계획 제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공시 이슈기 때문에 임상 시점은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SFTS는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감기 몸살 증상으로 시작해 폐나 심장 등 중요 장기가 손상되는 장기부전을 겪게 된다. 매년 걸리는 환자는 200명 안팎이지만 치명률은 무려 20%에 이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FTS 환자 7명 중 1명이 사망했다.


환자 수가 적은 만큼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 절대적인 처방이 적은 만큼 신약 개발 들어간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상 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하기도 쉽지 않다. SFTS는 어느 순간 급격히 병증이 악화된다. 초기 증상이 미약한 만큼 환자들도 장기 손상이 이뤄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잦다.


현대바이오는 제프티를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해 구조적인 치료제 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프티의 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는 바이러스가 아닌 바이러스를 둘러싼 '환경'을 겨낭한다.


바이러스 질병은 세포에 들어간 바이러스가 숙주의 기능을 빌려 복제하는 방식으로 악화된다. 이때 니클로사마이드는 바이러스가 빌려 쓰는 세포 쪽 통로를 차단해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공격 대상이 사람 세포 쪽이라 바이러스가 변이해도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 하나의 치료제로 여러 바이러스 감염병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대표이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FTS 제프티 임상 개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진근우 현대바이오 대표이사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하나에 약 하나를 개발하는 구조여서, 환자가 적은 병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외면받았다”며 “범용 항바이러스제는 그 논리에 갇히지 않고 소외질환 치료제까지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숙주를 표적으로 하면 변이에 강하고, 다른 감염병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바이오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FTS는 발생 시기가 한정돼 있고 초기 환자 등록이 까다롭다. 전국 병원을 연결하는 공공 임상 플랫폼과 질병관리청 감시망이 함께 움직여야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즉시 임상 대상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역시도 국가 차원에서 SFTS 치료제 공백을 돌파했다. 일본 규제 기관은 지난해 파비피라비르 성분의 '아비간'을 세계 최초의 SFTS 치료제로 승인했다. 소규모 단일군 임상을 근거로 시판 후 추가 임상을 조건으로 내건 허가였다. 불완전한 근거를 감수하고라도 자국민을 지키겠다는 판단이 승인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배 사장은 “항바이러스제는 장기 손상이 오기 전에 신속하게 약을 투약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SFTS 환자들을 초기에 등록해서 소기의 치료 효과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예전에 백신과 치료제 임상 등록을 개시 1개월 만에 완수한 경험이 있는데, 그것은 공공 임상 플랫폼이 작동할 때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프티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성인 뎅기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중대한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독감 등 임상 2상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현대바이오USA는 미국 국방부 산하 의료 화생방 방어 컨소시엄(MCDC)에 한국 기업 최초로 정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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