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서울시 메달리스트 인터뷰] 사이클 민경호 "끝날 때까지 결과는 모르는 것…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메달 가져와"
입력 2026.10.13 14:25
수정 2026.10.13 14:27
"사이클 선수 되는 것 부모님 반대 심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지지"
"3·4위 결정전, 기록 차이 명백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동메달 획득"
"스스로의 한계와 타협하지 않는 선수 될 것…아시아 신기록 수립 목표"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사이클 대표팀으로 출전한 민경호. ⓒ 민경호 선수 제공
#생활체육에서의 사이클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한 스포츠다. 기록에 욕심을 낼 필요도 없고 그저 자신의 건강을 위해 페달을 밟으면 된다. 하지만 전문 선수로서의 사이클은 다르다. 0.1초의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달려야한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도 우리 사이클 대표팀은 단체추발에서 남녀 각각 동메달, 여자 도로 독주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청 스포츠단 소속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추발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민경호 선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내 자신을 가장 큰 라이벌로 삼고 스스로와의 승부에서 타협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다음은 민경호 선수와의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스포츠 선수가 됐으며 사이클 종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학생 3학년 시절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어떤 학교로 진학을 할 것인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을지 본인의 진로를 처음으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되는 시기다. 그 당시 무엇하나 잘하는게 없고 딱히 원하던 진로도 없었는데 부모님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진로를 원하고, 제시하셨다. 하지만 중학생 특유의 반항심이랄까, 그렇게 크게 끌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직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어릴때부터 나는 무언가 타고, 주행하는걸 무척 좋아했다.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 등등. 그 중에서 자전거를 가장 좋아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장래희망은 '자전거 정비사'였다. 그렇게 장래희망을 정하고 관련 학과를 알아보던중 문득 '자전거 정비는 나중에 내가 나이를 먹어도 할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자전거를 타는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니 자전거 선수가 되어보자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됐다.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완강하셔서 부모님과 다투기도 하고 한동안 대화도 안하는 반항 심한 청소년이었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계속 완고하게 제 의지를 보이니 부모님께선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하여 네 스스로 증명해 보이면 허락하겠다.' 라는 약속을 하셨다.
2011년 여름 처음으로 나간 동호인 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고, 이후부터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서울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선수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단체추발 경기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 ⓒ 민경호 선수 제공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떠올려본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지난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나의 첫 아시안게임이었던 그 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예선경기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보이며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고, 예선전을 1위로 통과하면서 무난하게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보였다.
다만 그런 압도적인 기량차에서 나온 자만심이었을까. 긴장이 풀렸던 나는 결선 경기를 마치기 직전,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허무하게 결승전에 탈락하게 됐다. 당시 경기 결과는 TV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대국민적인 질타와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다시금 재정비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도전했다. 지난번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금메달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이번엔 빈손으로 초라하게 귀국한 것이 아닌 값진 동메달을 획득하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마음과 함께 두 번째 아시안게임을 마무리 했다.
이제 세 번째 아시안게임, 나이가 더 이상 어리지 않기에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아시안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서울시를 대표해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싶었다.
국가대표팀 내에서도 이제 받쳐주는 역할이 아닌 팀을 이끌고 나갈 실력까지 성장했기에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지난 두 번의 아시안게임과는 다르게 이번엔 당당하게 개인종목을 부여 받았기에 최고의 성적으로 마무리 하고 싶었다. 하지만 첫 경기였던 개인종목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정말 속상하고 허탈했다.
그러나 아직 두번의 경기가 남았기에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 라는 각오로 남은 경기를 준비했다. 그러나 두번째 경기 예선전, 4위의 기록으로 금메달 결정전이 아닌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하게 되었고 설상가상 상대인 카자흐스탄 팀과의 기록차이가 누가 봐도 승부가 분명한 암울한 기록차이였기에 조금은 위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경기는 아무도 모르기에 결승전 전날 선수단 전체가 포기하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고 기적적으로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이번에도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서울시청 스포츠단 사이클팀의 훈련. ⓒ서울시
-서울시청 외에도 다른 소속팀을 선택할 수 있었을텐데 서울시청 스포츠단을 택한 이유는
"우선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도시가 서울이기에 서울특별시의 선수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특별시를 대표하고, 서울특별시 대표라는 이름하에 국제, 국내 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서울시를 알릴 수 있는 것에 항상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느덧 10년 넘게 지도해주신 조호성 감독님에게 아직도 배울 점이 많이 남았기에 앞으로 서울특별시 대표선수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게 목표중 하나다."
-서울시의 스포츠단 지원에 대해서 평가하자면
"서울시에서 정말 부족함 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운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선수단의 의견을 항상 물어봐주시고 선수들의 고충이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주시기에 운동선수로서 누릴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선수로서 최대의 라이벌은 누구인지
"실질적인 성적을 가르는데 있어 라이벌은 너무나 많다. 다만 오늘만큼은 특정 한 사람을 지목하는 것이 아닌 선수로서 최대의 라이벌은 본인 스스로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실력이 월등하고 강인한 선수라도 결국 사람이기에 정말 한계까지 몰리는 힘든 상황에선 '이쯤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자기 타협의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 누가 더 잘 이겨내고 참아내느냐가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럴 때마다 포기하고 싶고 타협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여지껏 스스로와의 승부에서 포기하고 패배한 경험도 많다. 그렇기에 선수로써 최대의 라이벌은 본인 자신인 것이다."
-스포츠선수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다시 돌아올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 LA 올림픽에도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다. 또 기록종목의 선수로서 지금은 한국신기록 보유자이지만 향후 몇년 내에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는 것도 목표중 하나다. 모든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결과가 성공적이든 실패하든 후회가 남지 않게 도전해보는게 목표다."
-아시안게임 기간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동메달을 획득한 경기의 뉴스기사에서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지금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의 경기에선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서울특별시를 대표해서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 그리고 서울특별시 대표선수단을 응원해주시고 격려해 주셨으면 한다. 응원해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민경호 ⓒ 민경호 선수 제공
민경호 프로필
1996년생
신장 180cm
서울체육고등학교 졸업
2011년 사이클 입문
2016년 서울시청 입단
민경호 수상 경력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4㎞ 단체추발 동메달
2026년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4㎞ 단체추발 동메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