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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대신 질문 선택한 지창욱, ‘스캔들’로 넓힌 연기 스펙트럼 [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10.13 09:14
수정 2026.10.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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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지 않고 연애만 즐기는 매력적인 사내 조원 역

“명확한 명분 있으면 도전…뭔가에 쫓겨서 선택하고 싶지 않다.”

배우 지창욱에게 ‘스캔들’은 ‘새로운’ 작품이었다. 금기의 시대,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파격’ 서사도 색달랐지만 이를 채우는 작업 방식에 새로움을 느꼈다. 흔들리는 조원의 마음처럼, ‘정해두지’ 않고 연기하는 정지우 감독만의 촬영법은 지창욱에게 힘들지만, 즐겁고 감사한 경험이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창욱은 이 작품에서 사랑을 믿지 않고 연애만 즐기는 매력적인 사내 조원을 연기했다. 내기에서 이겨 조씨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조씨부인과 조원의 얽힌 관계가 지창욱의‘흥미’를 자극했다. 평범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관심이 가는 인물로, 지창욱은 조원의 내면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입체감을 배가했다.


‘스캔들’ 지창욱ⓒ넷플릭스

“조원과 조씨부인 관계가 재밌지 않나. 조원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 조씨부인이 많은 영향을 줬다. 사랑은 물론, 가치관까지. 다방면에서 그랬을 것이다. ‘조원이 과연 조씨부인을 사랑한 게 맞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조원이 조씨부인을 가지려고 하는 마음 역시, 더 나아가면 복수의 과정과도 비슷하다고 여겼다. 결국에는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무너짐도 필요했다.”


이렇듯 한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어 더 즐거웠다. 특히 ‘스캔들’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배우들에게 ‘정답’을 알려주기보단 ‘질문’을 던지며 함께 최선을 찾아가는 연출자였다. 베테랑 배우인 지창욱에게도 새로운 방식이었다.


“조원이 가진 알 수 없는 감정들을 감독님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계속 흔들리는 인물이지 않나. 감정에 대한 해답이 없었다. 감독님도, 저도 이 감정은 또렷하게 ‘이런 감정이야’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감독님도 내가 표현하는 것들을 보면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해주셨다. 테이크를 여러 차례 갔다. 그러다 보면 가끔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표현이 될 때도 있었다.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의도하기도 하셨던 것 같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까지 금지되면서 답답함도 느꼈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하며 몰랐던 표현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힘들지만, 해보지 않았던 시도라 예상치 못한 결과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캔들’ 지창욱ⓒ넷플릭스

“연기를 할 때 배우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다만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해본 것이다. 혼란스럽고, 괴롭지만 동시에 재밌었다. 그 안에서 나도 모르는 표정도 만났다. 온전히 정지우 감독님, 연출자의 의도 위에서 움직였기에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면 너무 뻔해 보이고, 내가 하는 것들은 늘 하던 것을 반복하는 것 같다는 고민을 한다. 이번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우리만의 작업 방식을 구축해 나갔다.”


그만큼 고민도 치열했다. 그럼에도 ‘스캔들’의 모호한 전개에 일각에서는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지창욱 역시 이 같은 반응에 “그럴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며 ‘스캔들’만의 재미를 즐겨주길 바랐다.


“원작과의 비교들, 호흡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아 그렇게 볼 수 있겠구나’라고 납득을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국의 ‘브리저튼’이라는 시선에 대해선 ‘그런 건 아닌데’ 싶기도 했다. 다양한 반응이 있는 것 같다. 내게는 ‘스캔들’은 새로운 작업 방식을 경험하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정지우 감독님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한 작품이 됐다. 정지우가 쓴 ‘스캔들’은 내게 문학 작품 같았다. 대중분들께는 좀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그래서 좋았다.”


이는 지창욱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기도 했다. 작품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은 아닐 수 있다고 짐작했지만 정지우 감독과 색다른 색깔의 작품을 해볼 수 있어 만족했다. 앞으로도 그만의 ‘의미 있는’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풍성하게 채워나갈 계획이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명확한 명분은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가’라는 것도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다.‘스캔들’은 ‘표현해보고 싶다’, ‘정지우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면 도전을 해보는 거다. 이 열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즐겁고 재밌고 설렌다.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 뭔가에 쫓겨서 선택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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