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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는 시작일 뿐" 한미약품 '비만약'이 그리는 큰 그림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10.10 05:00
수정 2026.10.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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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서 비만약으로…반환 파이프라인의 재기

삼중작용·근육 보존형까지 후속 라인업도 탄탄

한미약품 '에페' ⓒ한미약품

한미약품 '에페'의 참전으로 국내 비만약 시장이 3파전으로 확대됐다. 한미약품은 국산 1호 비만약 에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향후 투약 후 생활 습관까지 관리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더할 예정이다. 여기에 후속 파이프라인도 탄탄하게 준비된 만큼 토종 비만약의 약진이 기대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 '에페'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비만약은 건강보험 등재가 필요 없는 비급여 의약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절차가 필요 없는 만큼 수개월 안에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에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2015년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에 기술수출(L/O)된 파이프라인이다. 사노피는 2020년 신약 개발 방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에페의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반환했다. 이후 한미약품은 포기하지 않고 반환받은 파이프라인을 비만 신약으로 개발해 냈다.


한미약품이 개발을 지속한 건 에페의 성분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특수성 때문이다. 도마뱀의 독액을 본따 만든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쉽게 분해되지 않아 다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성분보다 약효가 오래간다.


여기에 자체 약물 반감기 연장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더했다. 주 1회까지 투약 간격을 늘리고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랩스커버리는 약물이 체내에 천천히 흡수되도록 돕는다. 투약 초기부터 혈중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만큼 다른 비만약과 비교해 구역감(오심)이 적다. 투약 용량을 단계적으로 2주, 4주 간격으로 늘릴 수 있도록 설계해 구조적인 부작용 위험도 낮췄다.


임상 실험 결과 부작용 사례도 위고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미약품이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에페 투여 40주차 오심 발현율은 16.7%로 나타났다. 평균 체중감소율은 9.75%로 나타났다. 개별 환자 기준으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에페의 가격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Obesit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약을 처방받고 1년 내 치료를 중단한 환자 가운데 약 50%가 비용 문제를 꼽았다. 비용 부담이 치료 지속을 좌우하는 변수라는 의미다. 경쟁자인 해외 비만약과 달리 에페는 국내 평택 공장에서 직접 생산되는 만큼 원가 측면에서 유리하다.


정재원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만 치료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꼽히는 만큼 가격 이점을 내세우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시아인 위주의 임상 시험을 놓고 봤을 때 위고비, 마운자로와 비교해 위장관 부작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미약품은 비만약에 AI 플랫폼을 결합한 '디지털융합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투약을 멈추면 다시 살이 찌기 쉬운 GLP-1 비만약의 약점을 일상 속 관리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환자가 앱에 식사 등 생활 습관을 기록하면 AI가 맞춤형 조언을 하는 구조다. 입력된 데이터는 투약 등 환자 관리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진에게도 전달된다.


에페의 약점을 보완한 후속 파이프라인도 탄탄하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HM15275는 식욕 억제 효과는 물론 대사를 늘리는 성분까지 결합했다. 글로벌 1등 비만약 마운자로의 기전에 에너지 소비까지 더했다. 근손실을 막는 HM500197은 GLP-1 계열 비만약과의 병용 요법이 기대된다.


김나영 한미약품 혁신성장부문장은 “그동안 해외 수입 의약품에 의존해야 했던 비만 치료 환경에서 한국인 특성에 맞춘 비만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내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철저한 품질 관리와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바탕으로 환자들의 건강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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