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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금메달 파티가 촉발한 병역특례 논란, 무엇을 건드렸나 [불 붙은 폐지론①]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6.10.09 10:15
수정 2026.10.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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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손흥민. ⓒ 뉴시스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똑같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터뷰를 했는데 2018년(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희열을 넘어 가슴까지 뭉클하게 한 감동을 전한 반면 2026(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년에는 국민적 지탄을 받으며 병역특례 폐지론까지 촉발시켰다.


병역 면제를 위해 금메달을 딴 것처럼 말한 AG 축구대표팀이 초래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3일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뒤 일부 대표팀 선수들이 병역 혜택과 관련한 발언을 뱉으면서 불거졌다. 오직 병역 면제를 위해 대회에 출전했고, 병역 의무를 조롱하는 듯한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탓이다.


현행 병역법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체육요원은 보충역으로 편입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휘·감독 아래 해당 체육 분야에서 34개월간 복무하고, 복무기간 중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 544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사실상 군 면제에 가까운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선수들에게는 큰 기쁨이지만 “체육 특기자들만 특혜를 누리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는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은 그들만의 파티에서나 할 법한 철없는 발언을 연이어 뱉으며 지지하던 팬들까지 자극했다. 축구 대표팀의 발언에 대해 팬들은 “저런 정신 자세로 태극마크를 달고...” 같은 반응을 보였다.


공격수 양민혁(20)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군 면제만 바라보며 뛰었다”고 말했고, 주장 이기혁(26)도 “(금)메달 무겁냐”는 질문에 갑자기 “군대 안 간다”라고 웃었다. 이어 “곧 입대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간절했고 절실했다”고도 했다.아시안게임에서 16분 뛴 대표팀 막내 박승수(19·뉴캐슬)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업로드했다.


‘군대 가기 싫어서 열심히 뛰었다’는 선수들 발언이 알려지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병역 관련 발언은 지난달 27일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고서 벌어진 병역 특례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국내 프로야구 간판 선수들로 진용을 꾸린 한국은 전원이 사회인 야구 선수인 일본에 한 차례 완패(0-5)한 뒤 결승에서 가까스로 3-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무려 16명이 군 면제를 받았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일본을 상대로 경기력이 나을 것이 없다는 비판에 주장 노시환(26)은 “그런 말에 신경 안 쓴다. 어쨌든 금메달 땄다”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야구 노시환. ⓒ 뉴시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일본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국가대표답게 표현에 품위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귀국 해단식에서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국민과 국군 장병에게 체육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정치권에서도 “야구·축구 등 프로 선수들에 대한 병역 특례를 폐지하거나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국가대표에게 군면제는 가당치도 않다”며 아시안게임 군면제는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대 안 간다고 자랑하는 국가대표 축구팀, 군대가 혐오시설인가? 나라를 위해 발목 잃은 군인은 바보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2030 청년 세대들이 ‘BTS도 군대에 가는데 아마추어 선수 이기고 군 면제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병역 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SNS를 통해 "53년 전 병역특례, 이제는 재정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며 "제도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노력마저 공정성 논란에 가려지게 된다"고 적었다.


일반 시민들이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국회 홈페이지에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최근 아시안게임 직후 일부 선수들의 군 복무 비하 발언 및 행태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하고 국민적 상실감을 유발한다"는 이유다.


이전에도 폐지와 손질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여러 대회에서 꾸준히 활약한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마일리지’ 제도, 30대 후반까지 활동한 뒤 군 복무를 하는 제도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됐지만 모두 논의에 그쳤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일단 국방부가 나섰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이른바 ‘군 면제’ 발언 논란과 관련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병역자원 감소와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을 고려해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를 단계적으로 감축·폐지하는 방안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연구를 마친 뒤 윤곽을 잡고 병역 특례 제도를 손봐 나갈 것"이라 했다.


병역 의무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존중하고 숭고하게 생각해야 할 신성한 의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과 예비군들의 헌신이 국민 모두에게 존중받고, 병역 의무의 가치를 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데 국가대표라는 선수들의 무개념 발언은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는 유독 심하다.


지난 두 번의 아시안게임 때는 선수들의 발언으로 인해 폐지론까지 촉발된 경우는 없었다.


4년 전 항저우에서 우승 확정 뒤 병역 혜택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강인은 진중하게 대답했다. 이강인은 "사실 (병역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며 "앞으로 선수 생활하는데 더 편해진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인 만큼 따로 특별한 생각은 없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뛴 경기에서 처음 우승해 저에게 더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 됐다"며 "앞으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8년 전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손흥민은 "군 면제보다 우승하러 온 대회"라며 "선수들에게 (군 면제보다) 우승이 우선이라는 목표를 제일 먼저 이야기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국가대표와 태극기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한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손흥민은 이어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경기에 나가는 걸 항상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태극기만 보면 아직도 가슴이 뭉클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논란의 핵심은 실제 병역특례의 법적 효과뿐 아니라 이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 병역특례가 선수에게 주는 동기 부여라는 긍정적 기능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선수들이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면은 팬들의 기대와 상충했고, 장병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했다. 병역특례 폐지론에 불이 붙은 직접적 원인이다.


손흥민이나 이강인이나 병역 혜택의 달콤함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국가를 대표해 우승을 달성한 점을 강조했다. 기쁘지 않았을 리 없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또래 장병들에 대한 예의를 끝까지 지키며 국가대표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 병역 특례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선수들이 그것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대표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발언"이라며 "국가대표 선수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공식 자리에서 그런 경솔한 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기준으로 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제도를 유지한다면 상응하는 복무와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병역특례를 남발하는 것은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분노를 억누르기 어려운 장병들, 입대를 앞둔 대상자들과 가족, 그리고 병역의 숭고한 가치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병역특례는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요즘이다.



전역모 쓴 박승수. ⓒ 박승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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