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치료 앞에 선 부부…‘일요일 다음날’이 결말을 열어둔 이유 [31st BIFF]
입력 2026.10.08 09:56
수정 2026.10.08 09:56
가토 다쿠야 감독·쿠로키 하루·하시모토 아츠시 부산 첫 방문
불임 치료 겪는 부부의 관계 조명…“관객들이 각자의 답을 찾아주길”
가토 다쿠야 감독이 불임 치료를 겪는 부부의 관계를 통해 정답 없는 선택과 불확실한 미래를 그렸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작 ‘일요일 다음날’ 기자회견이 열렸다. 가토 다쿠야 감독과 배우 쿠로키 하루, 하시모토 아츠시가 참석했다.
‘일요일 다음날’은 불임 치료를 둘러싼 부부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제한된 공간과 소수의 인물을 중심으로 부부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와 쉽게 말로 꺼내지 못하는 감정을 담았다.
가토 다쓰야 감독·쿠로키 하루·하시모토 아쓰시ⓒ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가토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첫 방문에 대해 “제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할 수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한국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정말 많고, 그분들이 모여 뜨거운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쿠로키 하루 역시 한국 관객들의 환대에 감사를 전했다. 그는 “많은 분이 제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를 봤다고 적극적으로 말씀해 주셨다”며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하면서 굉장히 기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의 제목과 열린 결말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가토 감독은 일본어 원제와 한국어 제목 사이에 뉘앙스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어로 제목을 붙였을 때는 조금 시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에서는 그 느낌이 다소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끝난 뒤 부부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을지에 대해서는 감독과 배우 모두 답을 단정하지 않았다.
쿠로키 하루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열린 결말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은 망설여진다. 영화를 본 분들이 저마다의 답을 갖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연기한 마이의 입장에서 상상한 이후의 삶도 털어놨다. 그는 “마이라면 그 이후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혈연관계가 아닌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아츠시는 조금 다른 미래를 그렸다. 그는 “이 영화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두렵기도 하고 기대를 갖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라며 “제가 답을 정해버리면 각자에게 열려 있는 인생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바람을 담자면 두 사람이 앞으로 마주할 장벽과 어려움을 함께 넘어가면서 더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토 감독은 결말에 특정한 답을 두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두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에는 정답도 오답도, 좋은 결론도 나쁜 결론도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많은 갈림길이 놓여 있을 텐데 어느 하나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어떤 선택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오히려 더 힘든 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들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생각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을 만들었다”며 “관객 여러분도 함께 답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리조트 호텔 역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됐다.
가토 감독은 “리조트 호텔이라는 공간 자체가 마이에게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곳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인공적인 건축물과 주변 자연의 대비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텔 내부는 직선과 평면으로 이뤄져 있지만 마이는 둥근 형태를 가진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호텔을 둘러싼 나무와 풀은 불규칙한 형태를 띤다”며 “인공적인 공간과 자연의 대비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연을 맡은 쿠로키 하루는 “가토 감독님과 꼭 다시 한번 일하고 싶었다”며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문제나 임신이라는 주제도 앞으로 제게 아주 멀리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해 보고 싶었다”라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하시모토 아츠시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부부 사이의 대화가 최소한으로 제한된 관계를 연기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며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말로 표현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클수록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역할이더라도 감독님과 제가 좋아하는 쿠로키 하루 배우와 함께라면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책임감을 갖고 연기에 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흘간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