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루 1조1700억원씩 벌었다…100원 팔아 55원 남긴 비결
입력 2026.10.08 09:07
수정 2026.10.08 09:37
3분기 영업이익률 55.1%…애플·엔비디아도 못 넘은 100조 고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반도체 이익 집중…비메모리는 적자 추정
스마트폰·가전은 부품값 부담…같은 삼성 안에서도 희비 엇갈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하루 평균 1조17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매출 100원당 55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고부가 제품 판매까지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반도체 사업 안에서도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희비가 엇갈리고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떠안으면서 사업별 수익성 격차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0.01% 증가했다. 3분기 92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약 1조1674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매출은 195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13.70%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익성도 높아졌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55.1%로 전 분기 52.2%보다 2.9%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14.1%와 비교하면 약 41%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눈에 띈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선 사례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2분기 865억 달러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람코의 당시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과 비교할 만한 규모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의 핵심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보다 약 21%, 낸드플래시는 약 20% 올랐을 것으로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는 감가상각비(설비 투자비를 사용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나눠 반영하는 것)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가격이 오르면 매출 증가에 비해 비용 증가 폭이 작아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이 13.70%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이 20.01% 증가한 데도 이러한 가격 상승 효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분기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으로 AI 반도체에 주로 사용된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전체 HBM 매출도 전 분기보다 약 60%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증가율은 이번 잠정실적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메모리 호황의 효과는 반도체 사업 실적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전체 영업이익 89조4900억원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약 89조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체 영업이익의 99%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이 전사 영업이익인 107조4000억원과 비슷하거나 이를 웃돌았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 전체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LSI(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는 약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산시설 가동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관련 비용 등이 수익성에 부담을 줬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완제품 사업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스마트폰과 TV·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지난 2분기 약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부품 조달 비용이 높아진 데다 스마트폰 수요 둔화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사업은 제품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늘리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같은 부품을 더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 완제품 가격을 부품값 상승 폭만큼 올리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0~15%,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15~20%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대로라면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력이 남아 있는 반면 완제품 사업의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55.1%는 메모리 사업의 압도적인 이익 창출력이 비메모리와 완제품 사업의 부진을 상쇄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잠정실적에서는 사업부별 매출과 영업이익이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사업별 손익과 수익성 격차는 이달 말 확정실적 발표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