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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삶에 쓸모 있는 거름 되길”…출판사 라임의 ‘단단한’ 소신 [출판사 인사이드㊺]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10.05 11:58
수정 2026.10.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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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에게 ‘좋은’ 책 만드는 출판사 라임

“어린이·청소년들이 행복한 세상 꿈 꿔…꼭 알아야 할 지식, 가치 담고파”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그 시기 알아야 할 지식과 가치…어린이·청소년에 꼭 ‘필요한’ 라임


출판사 라임은 2002년부터 2025년까지 푸른숲에서 책을 만들던 박창희 대표가 설립한 푸른숲 자회사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책을 펴내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라임의 바탕이 됐다. 출판사에 입사하기 전, 박 대표는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며 청소년들과 직접 소통했다. 푸른숲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청소년 책에 대한 꾸준한 시도를 이어왔다. 당시 어린이·청소년 브랜드 ‘푸른숲주니어’를 론칭, 20년간 총책임을 맡았으며, 그 경험을 바탕 삼아 푸른숲과 공동 출자해 라임을 설립했다.


ⓒ라임

‘시간을 파고 사는 세상이 온다면?’이라는 상상력을 풀어낸 ‘시간 유전자’를 비롯해 모두가 이야기를 지을 수도 있고, 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의 신’ 등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흥미로운’ 책을 선보이고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산호섬을 소재로 한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를 통해선 지구 온난화에 대한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담아내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중립 지역, 남극을 상상하는 ‘남극의 아이 13호’에서는 ‘로봇은 인간의 친구일까, 적일까’라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고민했다.


화려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 되고 있다. 박 대표 또한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을 통해 이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 책에 대해 “거북이가 다른 동물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느릿느릿 끈기 있게 오래오래 기어간 끝에 마침내 목적지에 당도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너무나 빤한 교훈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출간하자마자 반응이 아주 좋았다. 우리가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기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라임

영상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확대되고 1분 내외의 자극적인 숏폼 영상이 확산되면서, ‘책’을 향한 그들의 관심이 저조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어린이·청소년은 한창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활자’, 즉 ‘책’이라는 매체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어린이·청소년에게 ‘좋은’ 책을 선보이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늘 어린이·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고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박 대표는 “그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어린이·청소년 시기에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 시기에 꼭 알아야 할 지식과 가치, 개념들을 엄중하게 선별하려 노력한다. 내가 만드는 책이 어린이·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이루는 데 쓸모 있는 거름이 되기를 기대하며 작업한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 오래오래 시간을 들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상 콘텐츠와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도 고민 중이다. “요즘은 어린이·청소년들이 책 읽기를 몹시 어려워하거나 또 좋아하지 않는 듯해서, 어떻게 하면 책과 좀 더 친해지게 할 수 있을지 날마다 고민 중”이라는 박 대표는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책을 읽기 힘들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는 “쇼츠만큼 짧고 자극적인 책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얼마간 책을 붙잡고 있도록 ‘재미있게’, 그러니까 ‘시선을 잡아 둘 만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 같다. 책‘의 크기나 분량도 줄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우선은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메시지부터 전달할 예정이다. 라임은 예기치 못한 사고 이후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고 살아가는 소년 동해의 이야기를 담는 이재문 작가의 청소년 소설 ‘안녕, 안녕!’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안녕, 안녕!’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미처 다 보듬지 못했던 ‘생존자의 죄책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나아가 동해의 곁에 다가온 소녀 하늘과의 연대를 그리며 “살아남은 것은 결코 죄가 아니며, 이제는 너 자신의 삶을 살아도 된다”는, 나직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건넬 예정이다.


박 대표는 “각자의 상처 속에 고립되어 있던 두 아이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과정을 통해, 단절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게 진정한 회복이란 혼자만의 인내가 아니라 타인과 온기를 나눌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가슴 뭉클한 응원을 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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