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가요제부터 최유리의 토크쇼까지…유튜브가 넓힌 가수들의 무대 [가요 뷰]
입력 2026.09.28 05:54
수정 2026.09.28 05:54
‘에픽카세’ 솔로곡 대결, 에픽하이 신곡으로 이어져
강남의 제이팝 리메이크…음악 취향이 협업 기획으로
가수 MC 내세운 음악 토크쇼, 대표곡 밖의 목소리 조명
유튜브가 가수의 새로운 음악 활동을 만드는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동료 가수와 곡을 만들고 작업 과정을 예능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직접 진행자로 나서 게스트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방송에서 익숙해진 음악 예능의 형식이 유튜브에서도 다양하게 이어지면서 가수들은 출연자와 진행자, 기획자를 오가며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있다.
27일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에픽하이는 지난 17일 신곡 ‘에픽이즘’(EPIKISM)을 발매했다. 자체 유튜브 콘텐츠 ‘에픽카세 가요제’에서 선보인 투컷의 솔로곡을 세 멤버가 함께하는 곡으로 발전시킨 결과다.
‘에픽카세 가요제’는 그룹의 유튜브 채널 ‘에픽카세’(EPIKASE)에서 진행된 멤버들의 인기 순위 논쟁에서 시작됐다. 타블로와 미쓰라, 투컷이 솔로곡으로 대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일정 기간 리더와 센터를 정하는 구성이었다. 지난 4일 타블로의 ‘애니메’(anime), 미쓰라의 ‘윌 아이 비 오케이’(Will I Be Okay), 투컷의 ‘투컷적 사고’(TUKUTZISM)가 정식 음원으로 나왔고 최종 우승한 투컷의 곡은 이후 ‘에픽이즘’으로 이어졌다.
ⓒ에픽하이 공식 유튜브 채널 ‘에픽카세’ 영상 캡처
협업자를 찾아가는 과정에는 각자의 음악적 선택이 담겼다. 타블로는 방예담을 피처링 보컬로 불렀고, 미쓰라는 넬과 작업하며 노래에 도전했다. 투컷은 그루비룸과 크러쉬,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프로듀싱 유닛 쓰리라차(3RACHA)의 힘을 빌렸다. 누가 더 좋은 곡을 만들지 겨루는 과정을 채널의 콘텐츠로 담아 작곡과 가창, 섭외 등 음악인으로서의 역량이 함께 드러났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적 관심을 협업 기획으로 발전시킨 또 다른 사례는 강남의 ‘제이팝 리메이크’(J-POP REMAKE)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에서 좋은 곡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다. 일본 노래를 한국 가수의 목소리와 한국어 가사로 새롭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채널에서 쌓아온 음악 소개 경험을 음원 제작으로 확장했다.
리센느 원이·미나미, 태연 ‘만찬가’ MV 비하인드 ⓒSHgold네트웍스
지난 6월 태연이 일본 싱어송라이터 츠키(tuki.)의 ‘만찬가’를 재해석하며 첫 주자로 나섰다.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리센느(RESCENE) 원이와 미나미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어 한로로가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제가 ‘잔혹한 천사의 테제’를, 이수현이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발표했다. 한로로는 앞서 ‘원더리벳 2024’ 무대에서 해당 곡을 부른 인연으로 참여했고, 이수현 역시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한국어와 일본어 두 버전으로 선보였다. 참여 가수의 취향과 기존 무대 경험이 선곡으로 이어졌다.
강남에게는 곡과 가수를 연결하는 기획의 장이, 참여 가수들에게는 자신의 목소리와 해석으로 기존 레퍼토리를 넓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두 프로젝트는 가수가 꾸준히 선보인 콘텐츠와 음악 활동이 서로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정규 앨범 활동과 별개로 새로운 조합과 선곡을 구체화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들어봐! 유리의 숲’
새로운 음원을 만드는 프로젝트와 함께 기존 곡을 다시 들려주는 음악 토크쇼도 유튜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가수를 진행자로 내세워 대화와 라이브를 결합한 KBS ‘리무진서비스’, 윤하가 진행하는 M2의 ‘우쥬레코드’, 최유리의 ‘들어봐! 유리의 숲’이 대표적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음악가의 이야기와 무대를 함께 보여주거나 ‘비긴어게인’처럼 익숙한 곡을 새로운 목소리와 조합으로 들려주는 방식이 여러 채널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에서 가수 MC의 역할은 자신의 음악적 경험을 바탕으로 게스트의 표현을 끌어내는 데 있다. 어떤 곡을 좋아하는지, 노래에 무엇을 담으려 하는지 나누는 대화는 이어지는 라이브를 이해하는 맥락이 된다. 시청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커버를 통해 원곡을 접하고, 진행자와 게스트의 협업에서 평소 듣지 않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
가수가 동료들을 모아 새 음원을 기획하고 게스트로 자신의 레퍼토리를 넓히는 일이 유튜브에서 함께 이뤄지고 있다. 에픽카세와 강남의 프로젝트가 음악을 만드는 선택지를 보여준다면 음악 토크쇼는 그 음악을 들려주고 발견하는 무대를 넓힌다. 가수들이 꾸준히 쌓아온 콘텐츠가 다음 노래와 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