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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난투극’ 중국·필리핀 외교장관, 아세안 앞두고 날선 공방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7.23 20:58
수정 2026.07.23 20:59

22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왕이(오른쪽) 외교부장과 마리아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무장관이 회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뉴시스

남중국해에서 ‘곤봉 난투극’을 벌인 중국과 필리핀의 외교장관이 얼굴을 맞대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22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양자 회담을 가졌다. 지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이후 2년 만에 만난 두 장관은 '남중국해 곤봉 충돌'을 놓고 첨예하게 맞부딪쳤다.


왕 부장은 “혼란한 시기를 맞아 우리는 어렵게 형성된 역내 평화·발전 국면을 공동으로 수호해야 했으나, 필리핀의 처사는 다른 역내 국가들과 반대로 지역평화·안정의 방해 요인이 됐다”며 “외부 세력의 간섭·개입을 방임하고 해상 갈등을 고의로 확대하면 남에게 이용당하는 도구가 될 뿐”이라고 선공을 날렸다.


그러면서 “유감스러운 것은 양국이 대화할 때마다 필리핀 내 누군가가, 특히 군경 일부 세력이 고의로 사건을 만들어 대화 추진을 파괴한다는 점”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필리핀 인민의 복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력의 뜻에 따르고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필리핀이 미국을 끌어들여 남중국해에서 대대적인 해상훈련을 벌였을 뿐 아니라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 해역에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직격한 것이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영토·해양 경계 분쟁이 존재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중국은 양자대화로 이견을 관리하려 노력해왔지만, 필리핀은 역외 세력의 종용 아래 임시 ‘중재재판소’라는 작은 유랑극단을 만들어 불법·무효의 ‘판결’을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사로 장관은 중국이 영유권 분쟁 해역인 스카버러 암초(필리핀명 바호 데 마신록·중국명 黃巖島)에서 설치한 구조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특히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가 필리핀인을 원숭이로 묘사한 영상을 게재한 것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고 고통스러우며 용납할 수 없다”며 “법적·정치적 문제에 관한 의견 차이가 불쾌한 이미지 사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라사로 장관은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동의하면서도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중재재판소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남해 9단선’을 긋고 이 안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오랫동안 이 해역을 사용해 왔고, 역사적으로 중국의 바다였다”며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어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군을 향해 곤봉으로 타격한 폭력 행동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재차 표명했다고 필리핀 외교부는 밝혔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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