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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택배 질서의 균열①] 대법서 판정승 거뒀지만…CJ대한통운이 웃지 못하는 이유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7.15 07:01
수정 2026.07.15 07:01

대법원, 구법 적용해 원청 교섭의무 부정

노란봉투법 적용은 이제 시작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은 아직 '안갯속'

판례 축적 전까지 업계 불확실성 지속

CJ대한통운 택배.ⓒCJ대한통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택배업계의 30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에 따라 원청과 대리점, 택배기사 간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관련 판례도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데일리안은 3편의 '30년 택배 질서의 균열' 시리즈를 통해 노란봉투법이 택배산업에 가져온 변화와 현장의 혼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둘러싼 대법원 판단에서 승소 취지의 판결을 받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원청의 교섭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된 사건에 대한 판단인 만큼, 현재 시행 중인 개정 노조법 아래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2020년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CJ대한통운은 집배점주와 일정한 배송 구역을 맡기는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집배점주가 다시 택배기사들과 위수탁계약을 맺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노조는 당시 주 5일제 시행과 배송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라고 보고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CJ대한통운은 이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중노위와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옛 노동조합법에 따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1, 2심의 판결을 완전히 뒤집었다. 대법원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구 노조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처럼 대법원이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주면서 과거 사건에 대한 법적 리스크는 일부 해소됐지만,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사건을 대상으로 한 만큼 향후 교섭 리스크까지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은 '실질적·구체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자'도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를 확대했다.


택배업은 원청과 대리점, 택배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를 갖고 있다.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원청인 택배사를 상대로 한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택배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인 지난 3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교섭 절차에 착수했고, 지난달 29일 택배노조를 과반수 노조로 확정하는 공고를 마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종료했다. 현재는 상견례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개정 노조법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는 데다, 시행 이후 관련 판례도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향후 배송 방식과 물량 배분, 배송수수료, 작업환경 등에서 원청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사용자성으로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법원이 제시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업계 전반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2020년 발생한 사안이어서 대법원이 기존 법리에 따라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앞으로 발생하는 단체교섭 분쟁에는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만큼, 관련 법리가 어떻게 형성될지는 향후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교섭 과정에서도 이러한 판단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들도 이를 감안해 단체교섭에 응하는 등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개정 노조법과 관련한 판례가 충분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나오는 법원 판단이 사실상 새로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교섭 절차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년 택배 질서의 균열②] 원청도, 대리점도 흔들렸다…노란봉투법 후폭풍>에서 이어집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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