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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 의존한 ‘3·4·5 비전’…전문가들 “임기 내 실현 가능성 낮다” [하반기 경제전략]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7.14 11:41
수정 2026.07.14 13:17

“잠재성장률 3% 달성이 가장 힘들어”

반도체·환율에 달린 성장 청사진

성장·수출·소득 모두 변수 산적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내건 이른바 ‘3·4·5 비전’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대체로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잠재성장률은 인구 감소와 민간투자 불확실성에 막혀 있고, 수출과 국민소득도 반도체 경기와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세계 수출 4강과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도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2%도 버거운데 3%”…잠재성장률에 쏟아진 회의론


전문가들이 가장 비관적으로 본 목표는 잠재성장률 3%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의 장기 추세로 결정된다. 반도체 호황이나 단기 재정 투입으로 실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잠재성장률을 2%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는 기관이 많은데 이를 4년 안에 3%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2% 안팎에서 더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만으로도 선방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인수 교수는 저출생과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의 성장 기여도를 단기간에 높이기 어렵다고 봤다. 외국인 인력 활용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잠재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릴 정도의 효과를 임기 안에 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본 투입도 불확실성이 크다. 반도체 가격과 세계 AI 투자 흐름이 꺾이면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1%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는 것은 과도한 목표”라며 “한 해 성장률을 높이는 것과 장기 추세인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시적인 반도체 호황을 잠재성장률 상승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성장률 자체를 앞세우기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투자와 생산성이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반도체 사이클에 의존하는 위험한 목표 설정


그나마 수출 4강은 세 목표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열여 있다. 물론 지속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한국은 올해 1~4월 세계 수출 5위로 선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이 조정되면 수출액과 순위가 함께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강인수 교수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국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되면 4위 진입도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세계 각국의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 증가를 앞서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수출 4강은 멀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봉 교수는 “수출 4위는 특정 연도에 한 번 기록할 수 있지만 계속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반도체 사이클이 끝난 뒤에도 다른 산업이 수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5만 달러는 환율이 최대 걸림돌로 꼽혔다. 원화 기준 소득이 늘더라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은 정체할 수 있다.


강인수 교수는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5만 달러 달성이 어렵다”며 “성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에서도 환율이 1300원 안팎으로 안정돼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상봉 교수는 목표 달성 자체보다 유지 가능성과 체감도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만 달러를 한 번 기록하는 것보다 국민의 실제 가계소득과 소비 여력이 개선됐는지가 중요하다”며 “평균 지표만으로 국민 삶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잠재성장률 3%는 노동·투자·생산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고, 수출 4강과 국민소득 5만 달러는 반도체 호황과 환율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2030년 목표 달성은 물론 현재 성과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민이 정부 정책을 외면할 수 있다”며 “(이번 ‘3·4·5 비전’이) 잘되면 큰 성과가 되겠지만 실패하면 그만큼 부담도 커지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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