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간기능 검사 36년 만에 폐지…혈액 수급 숨통 트이나
입력 2026.07.04 11:30
수정 2026.07.04 11:30
ⓒ뉴시스
헌혈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졌던 간기능 검사가 36년 만에 폐지됐다. 검사 기술 발전으로 실효성이 낮아진 항목을 제외해 불필요한 혈액 폐기를 줄이고, 만성적인 혈액 수급난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간기능 검사를 헌혈 선별 및 수혈용 혈액 적격 검사 항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고 4일 밝혔다.
간기능 검사는 1990년 도입된 이후 30년 넘게 유지돼 왔다. 과거에는 B형·C형 간염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간세포 손상 여부를 보는 간기능 검사가 우회적인 선별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직접 검출하는 핵산증폭검사가 도입되면서 기존 간기능 검사의 실효성이 낮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간기능 검사를 헌혈 선별 항목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고, 미국 등 주요국도 약 20년 전 해당 검사를 폐지했다.
그동안 간기능 검사는 혈액 폐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폐기된 혈액은 약 2억cc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약 19만 유닛은 간기능 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간기능 수치는 피로나 음식 섭취 등 일상적 요인에도 일시적으로 변할 수 있어 수혈에 문제가 없는 혈액까지 버려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번 조치는 혈액 수급난 완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은 1만5203유닛으로, 1일 소요량 5052유닛을 고려하면 3.0일분에 그쳤다.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혈액형별로는 B형 4.3일분, AB형 3.6일분이었지만 A형과 O형은 각각 2.4일분에 그쳐 주의 단계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헌혈 인구 감소도 수급난을 키우는 요인이다. 적십자사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헌혈 실적은 2015년 308만2918건에서 2025년 283만9632건으로 10년 새 7.9% 줄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 헌혈자 비중은 77%에서 52.3%로 하락했다.
정부는 간기능 검사 폐지와 함께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2026~2030)을 통해 헌혈자 선별 기준 완화도 추진한다. 건강수명 증가를 고려해 현재 69세인 헌혈 가능 연령 상한을 74세 등으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청년층 참여를 늘리기 위해 OTT 구독권, 한정판 포토카드 등 맞춤형 기념품을 개발하고, 헌혈의집이 없는 기초지자체에는 정기적으로 헌혈 버스를 투입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병원 내 혈액 사용 관리도 강화된다. 복지부는 불필요한 수혈을 줄이기 위해 일부 수술에 적용 중인 수혈 적정성 평가 항목을 다른 수술로 확대하고, 이를 종합병원 의료질평가 지표와 연계할 방침이다.
또 사용률이 7.0%까지 낮아져 615억원의 적립금이 쌓인 헌혈환급적립금 제도도 개편해 헌혈자 예우에 직접 활용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정보관리시스템에 24시간 상시 관제를 도입해 정보보호를 강화하고, 우체국 물류망을 활용한 의료취약지 혈액 운송체계 개선도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