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쟁력 흔들린다" 암참 경고에도 삼성 노조 "상한 폐지" 철벽
입력 2026.05.11 11:20
수정 2026.05.11 11:20
삼성 총파업 D-10…정부 중재·노조 균열 속 '마지막 담판'
11~12일 사후조정 돌입…성과급 15%·상한 폐지 놓고 평행선
암참도 공개 우려 표명…"한국 투자 경쟁력 영향 줄 수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DB
삼성전자 총파업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1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까지 공개적으로 "한국 투자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는 정부 중재로 열린 사후조정 첫날에도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처럼 총파업 돌입을 열흘 앞두고 노사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후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부터 이틀간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협상을 재개했다. 사후조정은 노동쟁의 조정 절차 종료 이후에도 노사 합의 아래 노동위원회가 다시 중재에 나서는 절차다. 조정안이 도출되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회의 참석에 앞서 "성과급 상한 폐지 및 제도화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성과급 체계 개편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상한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 특별 포상이 아니라 성과급 산정 체계 자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걸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영업이익 10% 수준 재원을 활용하되 업계 최고 수준 실적 달성 시 추가 특별 포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기존 성과급 상한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일정 부분씩 물러서며 12~13%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성과급 체계를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문제에 대해선 회사 부담이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일지.ⓒ데일리안 AI 이미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지난달 이후 급격히 격화됐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4월 평택캠퍼스 앞에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 계획을 공식화했다. 노조는 당시 결의대회를 계기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산정 체계 투명화를 전면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후 회사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지자 이사회와 경영진이 진화에 나섰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일 사내 게시판에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는 메세지를 올렸고 이어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사장 역시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겠다"며 내부 구성원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노조 내부 균열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DX 중심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은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선언하며 "반도체 중심 요구 속에서 비반도체 조직이 소외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삼성전자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까지 초기업노조를 향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갈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회사 대 노조 구도를 넘어 DS·DX 간 이해관계 충돌, 노조 간 대표성 경쟁, 총파업 동원력 문제까지 얽힌 복합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HBM 중심 AI 메모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국가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총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 연간 실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데일리안DB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역시 이날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과 한국 투자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개 우려를 표명했다. 암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삼성전자를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자동차, 에너지 산업 등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핵심 공급자로 지목하며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과 공급망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암참은 실제 생산 중단 여부보다 '운영 불확실성' 자체를 더 중요한 리스크로 봤다. 공급망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암참은 최근 발표한 '2026 비즈니스 환경 조사'를 언급하며 한국이 아시아 지역본부 선호도 조사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로 밀렸다고 소개했다. 노동 정책과 규제 예측 가능성 등이 투자 판단 핵심 변수로 꼽힌 만큼,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 역시 한국 투자 환경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삼성전자 내부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과 국가 산업 신뢰도까지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번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