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문제일 교수팀, 후각 손상 원인 첫 규명
입력 2026.04.16 08:23
수정 2026.04.16 08:23
부위별 맞춤형 소방수 역할 확인
조기 진단·맞춤 치료 길 열어
(왼쪽부터)DGIST 뇌과학과 문제일 교수, 정다혜 박사과정생, Maastricht University 알리 자한샤히 교수.ⓒD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알츠하이머 초기 뇌 후각 시스템 내에서 작동하는 면역세포 매커니즘을 최초로 발견했다.
DGIST은 뇌과학과 문제일 교수 연구팀이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교 알리 자한샤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 초기에는 후각 시스템이 가장 먼저 손상되는 원인을 세포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좋아하는 음식 냄새나 꽃향기를 잘 맡지 못하는 후각 기능 저하는 알츠하이머의 가장 이른 경고 신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훨씬 전부터 나타나지만, 뇌의 후각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병리적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pTau)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서서히 파괴하는 질환이다.
학계는 이 독성 단백질들이 뇌의 다른 부위보다 후각망울과 후각피질에서 가장 먼저 축적된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뇌의 면역을 책임지는 글리아 세포(신경교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문제일 교수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상 인지 기능을 가진 기증자부터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 알츠하이머병 환자까지 단계별 사후 뇌 조직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후각망울과 후각피질 모두에서 질병이 진행될수록 독성 단백질 축적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같은 후각 시스템 안에서도 부위마다 뇌 면역세포의 반응이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후각피질에서는 별아교세포(Astrocyte)가 주도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후각망울에서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중심이 되는 전혀 다른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같은 화재 현장이라도 건물 위치에 따라 출동하는 소방대와 진화 방식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부위별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차단하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강력한 유전적 위험 인자로 알려진 ‘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환자의 후각 시스템에서 ‘ApoE 단백질’ 응집체가 공통으로 증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유전적 배경이 다른 환자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조기 진단 마커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제일 교수는 “연구는 후각 시스템이 왜 알츠하이머병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취약한지를 시스템 차원에서 설명하는 중요한 성과”라며 “후각망울과 후각피질에서 확인된 서로 다른 면역세포-병리 네트워크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마커 개발과 부위별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Alzheimer's & Dementia’ 4월호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