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도 가세한 UGC…게임 '수명 연장' 핵심 카드로 부상
입력 2026.04.13 13:29
수정 2026.04.13 13:47
이용자 제작 콘텐츠, PLC 장기화 기여
'게임→플랫폼' 진화 움직임 거세져
넥슨 선두 속 크래프톤 AI 툴로 도전장
창작 지원 속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크래프톤 자회사 오버데어가 최근 AI 게임 제작 에이전트 '스튜디오 에이전트'를 공개했다.ⓒ크래프톤
UGC(이용자 제작 콘텐츠)가 게임 IP(지식재산권)의 수명주기를 늘리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기존 게임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은 자회사 오버데어의 성격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게임 제작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핵심은 AI(인공지능) 기반 제작 도구다. 이용자가 자연어로 명령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개발 경험이 없는 일반 이용자도 콘텐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버데어는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가 2023년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2024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과 협력하고 동남아 5개국에서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이후 사업 방향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 수정이 AI 기반 창작 도구 확산과 UGC 시장 성장이라는 흐름에 대응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UGC는 이용자가 게임 내 리소스를 활용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제작 툴을 활용해 생산한 콘텐츠를 다른 이용자들과 나누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크래프톤은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UGC 분야에 적극성을 보여 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UGC 모드를 선보였고, 올해는 제작 도구와 장치를 늘리고 전용 공간을 마련해 이용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태석 PUBG IP 총괄 PD는 앞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언리얼 엔진5로의 교체, UGC 모두 PUBG PC를 게임플레이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봐달라"며 "UGC는 이용자들이 만들고 공유하는 놀이터 같은 역할을 통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적 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월드' 성과 인포그래픽.ⓒ넥슨
국내 UGC 분야에서 가장 앞선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넥슨이다.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지난해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170만명을 돌파했다. 수익을 창출한 누적 크리에이터는 1만4000여명이고, 지난해 11월 기준 크리에이터 누적 수익은 약 1700억원에 이른다. 이달 중 일본 진출도 예정돼 있어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펄어비스 역시 신작 '붉은사막'을 두고도 모드(비공식 유저 창작)를 지원해달라는 이용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해외 모드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붉은사막을 활용한 영상들이 다수 업로드되고 있다. 이날 기준 무료 모드 공유 전문 플랫폼 넥서스 모드에는 475개의 붉은사막 모드가 올라온 상태다.
아직 회사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허진영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모드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기도 하고, 우리 게임이 샌드박스 구조를 갖고 있기에 지원한다면 강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모드를 지원하려면 엔진의 많은 부분을 오픈해야 하기에 개발팀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UGC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성공 사례가 있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등은 UGC를 중심으로 장기간 이용자 생태계를 유지하며 플랫폼형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로블록스는 최근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4450만명을 넘어서는 등 압도적인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게임 IP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사들의 수요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UGC는 개발사 입장에서 콘텐츠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도 이용자 참여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앞서 로블록스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12·3 계엄사태 등을 왜곡하는 게임이 잇달아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루에도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생성되는 구조상 모든 콘텐츠를 사전에 검토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이에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콘텐츠에 대한 질적 통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로블록스를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하고 개별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로블록스는 AI 기반 필터링 시스템과 전문가 모니터링을 병행하고, 선제적 콘텐츠 규제 준수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등급분류 전략에 대한 도움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