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교섭인데"…지노위 엇박자에 산업 노사관계 '시계제로'
입력 2026.04.13 12:51
수정 2026.04.13 14:13
포스코 분리교섭 인용·SK에너지·쿠팡 기각
노란봉투법발 '제각각' 판정에 기업 혼선 가중
7000명 직고용 결단에도 'S직군' 차별 논란
포스코홀딩스 제58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 원·하청 지회 조합원들이 원청 교섭 수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의 하청노조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교섭 구조를 둘러싼 지노위의 결정이 지역별로 엇갈리면서 산업계 혼란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같은 법 아래서도 집행 기관마다 해석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노사관계 관리의 기준점이 흐려졌다며 ‘시계제로’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
13일 노동계와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의 초기 혼선은 오히려 깊어지는 양상이다.
경북지노위는 지난 8일 포스코 하청노조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상급 단체(한국노총, 민주노총)가 다른 노조들이 각각 포스코와 분리해 교섭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민간기업을 상대로 하청노조의 분리교섭 요구를 받아들인 첫 사례다. 이어 9일에도 국민은행, 하나은행, 포스코이앤씨, 동희오토 등 7개 업체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반면 서울지노위와 울산지노위의 판단은 달랐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SK에너지·에쓰오일·고려아연 등을 상대로 제기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SK에너지·에쓰오일·고려아연 등 3건은 사용자성은 인정하되 교섭단위 분리는 기각했다. 쿠팡CLS의 경우 사측이 교섭 응태 의사를 밝히면서 노동위에서 사용자성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동일한 법령과 유사한 고용 구조임에도 지역과 기업별 직무 특성에 따라 결과가 갈리면서 현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넓게 인정하는 기조는 공유하면서도 세부 교섭 방식에서 지노위마다 잣대가 달라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가이드라인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최근 포스코는 장인화 회장의 ‘현장 경영’ 철학에 따라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침을 내놨다. 2011년부터 15년간 이어진 불법파견 소송을 종식하고 상생의 길을 열겠다는 취지였으나 곧바로 갈등 봉합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는 채용 형평성을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협력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별도 직군 편입에 따른 차별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며 ‘노노(勞勞) 갈등’이 부상했다.
노동위가 연이어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국면에서 하청노조 역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은 이날 오전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노조는 회사가 당사자인 노조를 배제한 채 로드맵을 발표했고 특별채용 대상자를 ‘조업시너지 직군(S직군)’으로 따로 분류한 것은 직접고용의 외형만 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사용자성 인정 범위 확대보다 교섭 구조의 불투명성을 더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기본이지만 노조 간 이해관계 차이를 이유로 분리교섭이 무분별하게 허용될 경우 기업은 연중 수많은 노조와 개별 협상에 매달려야 하는 행정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도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단체교섭의 사회적 기능과 방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를 이끄는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란봉투법은 실질적 지배력의 해석론을 둘러싼 법적 논쟁과 협소하게 정의된 교섭단위 및 주체를 둘러싼 추가적인 논란이 예상된다”며 “해당 조치는 개혁의 필요조건은 건드리고 있지만, 충분조건이 되기에는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유연하고 다원적인 단체교섭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며 “사용자성 논란을 넘어 활성화가 필요한 다양한 교섭방식의 유형화와 교섭의제의 분화 등 보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