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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메모리 호황에… 커지는 '과실 배분' 전쟁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4.13 11:37
수정 2026.04.13 11:38

한은 "AI 메모리 호황 최소 내년까지" 장기화 전망

삼성 노조, 영업익 15% 성과급 요구…최대 45조 규모

성과급보다 HBM4·신규 팹 재투자 우선론 힘 실려

이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AI로 제작된 컷입니다. ⓒ구글 재미나이

한국은행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근거로 메모리 호황 장기화를 공식화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수익 규모에서 호황의 과실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면서 과실 배분 논쟁이 미래 투자 재원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AI 서버 투자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를 근거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 12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관측을 내놨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중심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길게는 2027년 상반기까지도 호황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1분기(1∼3월) 잠정 영업이익은 57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배 이상 뛰는, 기록적 수치를 세웠다.


이 같은 장기 호황 전망과 그에 따른 메모리 사업 호실적에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최근 회사 측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0%였던 요구 수준을 지난주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더 끌어올린 것이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300조원 안팎으로 보는 전망을 적용하면, 노조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회사가 부담해야 할 성과급 재원은 최대 45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37조7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며, 400만명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약 11조1000억원의 4배에 달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길어지는, 지금같은 미래 투자 여력 확보가 중요해지는 시점에 이러한 노조 요구는 과도하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4 양산 경쟁, 첨단 패키징 확대, 평택 5공장(P5),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인은 노조 뿐만이 아니다.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라는 점을 감안해봐도, 이번 요구는 과실을 노조가 다 챙겨가겠다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또한 약 10년 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약 9조원이었다는 점에 비춰서도 이번 노조의 45조원 성과급 요구는 무리수라는 비판도 연이어 나온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0% 연동 성과급 구조를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동일 선상에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 모바일, 가전까지 포함한 복합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호황기의 이익을 단일 공식으로 일괄 배분할 경우 투자 우선순위 조정이 더 복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메모리 호황 장기화 전망이 오히려 성과급보다 투자 우선 논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본다. AI 메모리 패권 경쟁이 길어질수록 호황의 과실을 단기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HBM4, 차세대 패키징, 신규 팹 구축에 다시 투입해야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장기화될수록 경쟁의 핵심은 얼마나 더 벌 것이냐보다 그 과실을 다시 얼마나 빠르게 HBM과 첨단 공정에 재투자하느냐"라며 "호황 초입부터 성과급 재원을 과도하게 키우는 것은 투자 타이밍상 무리수"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3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내달 21일부터 장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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