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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눌리자 구조 틀었다”…식품업계, 라인업 분리 확산의 이면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3.31 07:24
수정 2026.03.31 07:26

가격 인상 막히자 ‘라인업 분리’…초저가 제품 확산

버거·피자·생리대까지…필수 소비재 전방위 확대

가격 대신 구조 조정…‘상품 이원화’ 전략 부상

선택 아닌 생존 전략…“수익성·품질 부담 우려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모습.ⓒ뉴시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식품·외식업계가 가격 인상 대신 ‘라인업 분리’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초저가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가격 부담을 낮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품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손익을 맞추는 흐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외식 기업들은 기존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별도의 저가 제품군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반발과 정책 부담을 피하는 동시에,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최근 2000원대 단품 버거 라인업을 강화하며 초저가 수요 대응에 나섰다. 이랜드이츠 역시 지난해 1월부터 대형마트에 입점한 피자몰을 통해 조각 피자를 개당 2990~3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식품 뿐만이 아니다. 생활용품 업계에서도 가격대별 라인업을 나누는 전략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저가 라인 출시가 대표적이다. 필수 소비재 영역에서도 가격 부담을 낮춘 별도 라인을 강화하며 수요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가격 인하라기보다 ‘상품 이원화’에 가깝다. 기존 제품의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별도의 저가 라인을 통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이다.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체감 가격을 끌어내리고, 기존 고객을 분리해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프로모션 부담을 줄이고 가격 할인 경쟁에 직접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채널별·상권별로 상품 구성을 달리 가져갈 수 있어 운영 유연성이 높아지고, 저가 라인을 ‘입문용’으로 활용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과거에도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수요 대응을 위해 가격대별 제품을 나누는 전략은 꾸준히 활용돼 왔다. 경기 침체기에는 저가 전용 브랜드나 세컨드 브랜드를 선보이며 가격 민감 수요를 흡수했다.


유통업계에서도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통해 NB(제조사 브랜드) 상품과 가격대를 이원화하는 구조를 형성해왔다. 동일 브랜드 내에서도 일반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을 병행 운영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라이브 강서점에 초저가 '샐리의법칙 니즈원 생리대'와 '잇츠미 퓨어 생리대'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다만 최근 확산되고 있는 ‘라인업 분리’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 이전에는 시장 확대나 수요 다변화를 위한 선택 전략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가격 인상이 제한된 환경에서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을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에 가깝다.


가격을 직접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품 구조를 재편해 대응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대응 방식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초저가 전략 확산이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가격만 낮출 경우, 용량 축소나 원가 절감 중심의 대응이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직접 올리기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들은 상품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초저가 제품 확대는 불황형 소비 흐름과 맞물린 결과지만, 지속될 경우 산업 전반의 체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인업 분리’ 전략이 뒤늦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제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주력 제품 중심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 온 만큼, 가격대별 선택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가격 압박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자 저가 라인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사후적 대응’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초기부터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구축했다면, 최근과 같은 급격한 구조 전환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모든 가격대 제품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비효율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품목이 늘어날수록 생산·물류 복잡도가 높아지고, 재고 관리 부담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가격대를 다 커버하기 위해 라인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브랜드별·제품별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그동안은 더 합리적인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또 “현재처럼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일부 저가 라인을 보완하고 있지만, 전 라인을 동시에 확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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