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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통제vs과제] 가격은 묶고, 곳간은 털고…사면초가 빠진 정유업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3.26 07:30
수정 2026.03.26 07:30

가격 상한·수출 제한·강제수사까지 동시 압박

정제마진 축소 속 계약 리스크·비용 부담 확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가격 통제와 수급 개입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정유업계가 부담이 가중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데 이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출 제한까지 검토하며 시장 개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가격 묶고 수출까지 제한…수익 구조 직접 압박


정부는 지난 13일 0시를 기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직접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이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며 원재료 도입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판매 가격이 제한되면서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산업 구조상 원가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2주 단위의 가격 조정 방식은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시세와의 시차를 발생시켜, 정유사가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산업단지 DL케미칼 공장 ⓒDL케미칼

가격 통제는 수급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심화되자 정부는 생산·도입 물량 보고 의무화와 매점매석 금지, 수출 제한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주 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국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정부는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로 전환해 공급 부족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국내 공급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으며 수출을 통한 수익 확보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장기 계약 기반의 공급 구조상 수출 제한은 해외 거래처와의 계약 이행 차질과 거래 관계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압수수색·손실 부담까지…재무 리스크 확산

가격 상한과 수출 제한 등 정책 조치는 기업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 상한으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정부가 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와 환율, 정제마진 등 변수가 복잡해 손실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재고 확보와 계약 조정, 물량 재배치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비용은 대부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수출 제한으로 추가 수익 확보 여력까지 제한되면서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다.


여기에 수사와 단속까지 병행되며 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한국석유협회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유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도 각각 현장 조사와 세무 점검에 나서며 석유 유통 전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담합과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통제와 단속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책 대응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변수를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 설정 방식과 손실 보전 기준이 보다 구체화되지 않으면 시장 혼선이 커질 수 있다"며 "수급 안정과 시장 기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위축과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격과 수급, 유통 전반에 대한 동시 개입이 지속될 경우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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