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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통제vs과제] 먹거리 등 핵심품목 가격 관리…시장 개입 확대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3.26 07:30
수정 2026.03.26 07:30

고물가·고금리 소비자 부담 커져

통신비 등 23개 특별관리품목 지정

담합 등 해소…단기적으로 물가 낮춰

전문가 “금리 조정, 추경 불가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통제에 나서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먹거리는 물론, 통신비 등에 이르기까지 23개 품목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밀착 관리를 하는 등 시장 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왜곡된 시장 가격을 바로잡는 게 단기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 금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먹거리 등 핵심품목 가격 관리…시장 개입 확대


정부는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집중점검 방안’을 발표하고, 23개 품목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


23개 특별관리품목은 크게 ▲먹거리 ▲서비스 ▲공산품 등 세 분야로 나뉜다. 먹거리 분야는 돼지고기, 계란, 고등어, 쌀, 밀가루, 전분당, 식용유, 가공식품 등 13개다.


정부는 먹거리 분야의 가격 상승 원인과 유통 구조를 점검하고 있다.


설탕과 돼지고기의 경우 일부분 제재가 이뤄진 상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했다. 또 돼지고기 납품 가격은 9개 업체에 대해 31억6500만원의 과징금과 고발 조치를 내렸다.


서비스 분야는 통신비, 석유류, 아파트 관리비 등이며 공산품 분야는 교복, 생리대, 기저귀 등 필수 생활용품 등이다. 정부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민생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물가 안정화 조치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 물가 불안정이 우려되자 관련 대응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열린 중동 상황에 따른 고유가 대응 관계장관 간담회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부담으로 파급될 우려가 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안착을 위한 현장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공공요금 동결, 쌀, 계란, 돼지고기 등 민생물가 23개 특별관리품목별 할인지원 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을 주문했다.


전방위 압박 나선 정부…그리드플레이션 제재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김을 구매하고 있다.ⓒ뉴시스

정부는 23개 특별관리품목을 설정하기에 앞서 물가관리전담제를 도입했다. 각 부처에서 먹거리(농림축산식품부), 석유류(산업통상부), 통신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맡는 방식이다.


이처럼 정부가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은 지표상의 수치만을 낮추기 위함이 아니다.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가격 인상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개입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또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크게 인상하는 이른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을 잡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담합, 독과점 등을 통해 왜곡된 시장 가격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단기 처방 효과적이지만…장기적 효과는 미흡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개입은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효과가 있다. 기업의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인상 폭을 줄여 물가 상승률을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 정부가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면 그만큼 생산자의 이윤이 줄어 적자를 볼 수 있고, 이는 생산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품의 양을 줄이거나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경쟁 체제에서 가격에 대해 개입하기 시작하면 자원 배분 왜곡이라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 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저렴하게 물건을 많이 팔 수는 없다. 정부는 저렴하게 가격을 낮추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공급량이 줄어들게 된다. 시장에 물건이 부족해지면 그에 따른 다양한 일이 발생한다. 현재 정부는 담합 행위 등의 이슈를 통해 최소한도로 가격 개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시행된 52개 집중관리품목 정책에서도 이 같은 아쉬움은 드러난다.


당시 정부에서는 52개 품목에 대해 관리했으나 장기간 걸쳐 정부 정책의 힘이 빠지면서 이들 품목 중 30개 품목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른바 ‘스프링 효과’다.


이는 고유가, 국제 곡물가 상승 등 대외적인 원가 상승 요인을 정부의 압박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와 동시에 물가관리책임제를 통해 관리했지만 지표상의 물가와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가 컸다.


우 교수는 “지난 정부와 달리 현재는 담합 구조를 통해 시장을 왜곡시켜온 점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가격 통제라는 방법론 측면에서 엇갈린 시각이 남아있다. 전문가는 금리 조정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 교수는 “(장기적으로)물가는 금리를 조정하면서 잡아가야 한다. 취약계층의 경우 정부 재정으로 보듬어야 한다”며 “현재의 상황이 종료된다고 해도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 유가 역시 높아진 상황에서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추가경정예산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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