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AI 청사진' 띄우지만…보안·거버넌스 '송곳 검증' 예고
입력 2026.03.23 11:15
수정 2026.03.23 11:25
KT, 이사회 내홍 속 ‘거버넌스 쇄신 시험대’
SK텔레콤, 주주환원·AI 수익화 로드맵 검증대
LG유플러스, IMSI 논란에 보안 리스크 집중 질의 예고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 'KT 스퀘어' 전경. ⓒKT
통신업계가 오는 24일부터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이번 주총에서 통신 3사는 해킹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AIDC(AI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 로드맵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잇따른 보안 사고와 거버넌스(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총 현장은 단순한 수동적 동의가 아닌, 실질적 책임 추궁의 장(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해 KT 등 대표이사 명의의 새로운 경영 쇄신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KT, 이사회 내홍 속 ‘거버넌스 쇄신 시험대’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는 오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31일 주총을 여는 KT는 박윤영 CEO 내정자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권 이양이 공식화된다. 그는 주총 이후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다.
김영섭 대표의 연임 포기 이후 현재까지 리더십 과도기를 겪고 있는 터라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 내정자는 취임 직후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습을 비롯해 조직 개편 및 인사 등 산적한 현안을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거버넌스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를 둘러싼 내홍과 불협화음이 좀처럼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아서다.
현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증폭된 배경에는 작년 11월 부문장급 인사나 주요 조직개편 시 이사회 논의와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한 이사회 규정 개정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내홍이 확산되자 국민연금은 KT를 '일반투자'로 전환하고 '비공개 대화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급기야 KT노조는 지난 17일 이승훈 사외이사를 서울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인사 영향력을 행사하고, 특정 해외 업체 투자를 종용했다는 혐의다.
노조는 이 사외이사가 경영기획총괄 보직 인사에 개입하는 한편, 독일 소재 인공위성 통신업체인 리바다(Rivada)에 대한 투자를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앞서 KT ESG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종수 사외이사는 주총 보름을 앞두고 연임을 포기했다. 임기 만료 사외이사 4명 중 유일하게 연임 후보에 올랐던 그가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이사회가 스스로를 추천하는 '셀프 연임' 논란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노조는 이같은 리스크 확산에 이사회 전면 쇄신, 사외이사 평가제 도입,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8일 뒤 열리는 주총 현장에서는 거버넌스 쇄신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질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윤영 신임 대표가 '이사회 카르텔 논란'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KT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도 경영진 교체에 따른 노조 반대에 직면해 있다. 26일 주총에서 이 회사는 조일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노조는 사장 공모와 검증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조 부사장을 선임했다며 해당 안건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조 부사장이 아마추어 스포츠 AI중계 플랫폼 ‘호각’에 대한 무리한 투자를 주도했으며 결과적으로 스카이라이프와 자회사인 HCN에 약 100억원 규모의 손실 위험을 안겼다고 강조한다.
스카이라이프는 2025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호각 관련 투자에서 74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3월 2일(현지시간) MWC26에서 부대행사로 열린 AI DC 관련 컨퍼런스에서 정재헌 SKT CEO가 기조 연설하는 모습ⓒSK텔레콤
SK텔레콤, 주주환원·AI 수익화 로드맵 검증대
26일 주총을 개최하는 SK텔레콤은 정재헌 CEO의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해 배당 재원 확충 방안이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정 CEO는 사내이사 선임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주주들의 관심은 지난해 새롭게 선임된 정재헌 CEO 리더십 아래 제시될 SK텔레콤의 AI 사업 청사진, 주주환원정책에 쏠리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재작년 2030년까지 AI 매출 비중을 35%까지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작년 기준 AI 매출(AI DC+AIX) 비중은 4.2%에 불과했다. 아울러 해킹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로 분기배당 제도를 지난해 처음 중단하고 올해 기말현금 배당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해킹 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대부분 지난해 반영됨에 따라, 올해는 AI 중심의 성과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주총에서도 AI 사업 실질적 성과 창출을 골자로한 로드맵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헌 CEO는 최근 MWC에서 대한민국 전역에 1GW 이상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본의 한국 투자를 유도하고 아시아 최대 AI DC 허브를 만든다는 전략으로, 최대 조 단위 투자가 전망된다. 주총 현장에서는 보다 구체화된 AI 사업 KPI(핵심성과지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주친화전략으로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의안으로 상정했다. 자본준비금 1조7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배당소득 비과세가 적용되는 감액배당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세금 부담을 줄여 주주들의 배당 실수령액을 보전하겠다는 취지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6년 주당배당금(DPS) 3320원은 경상 연결 당기순이익의 60%로 2024년 배당성향과 동일하다"면서 "SK텔레콤이 감액 배당이라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6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홍범식 CEO의 모습.ⓒ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IMSI 논란 등 보안 리스크 재발방지 나설 듯
24일 주총을 개최하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상정된 의안 자체는 눈에 띄는 것은 없지만 최근 불거진 보안 리스크에 대한 주주들의 송곳 질문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LG유플러스는 2011년 4G 도입 이후 현재까지 가입자식별번호(IMSI) 생성 시 무작위로 추출된 난수 대신 전화번호를 활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보안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4월 13일 유심 교체 고객부터 IMSI가 난수화된 새로운 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는 유심 교체 전까지 신규가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석현 서울YMCA 실장은 19일 '해킹 은폐 제로: 고의적 해킹 은폐 구조 개선 토론회'에서 "4월13일까지 신규가입자는 보안이 취약한 유심을 그대로 발급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밖에 지난해 LG유플러스가 해킹 조사 중 서버 OS(운영체제) 재설치·폐기로 증거 은폐 의혹 받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보안 투자, 지배구조 개선 정책 등을 따져 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개정된 상법에 따라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시,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전자주주총회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선임 의무화 등 정관 변경 안건이 공통적으로 다뤄진다.
이사의 충실 의무는 기존 '회사를 위하여'에서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