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통합을 망친 건 민주당의 '강제 합병'
입력 2026.02.26 08:00
수정 2026.02.26 08:00
李대통령 주도 행정통합, 결국 혼란만 남겨
민주당, 지역이 요구한 통합 조건들은 외면
지역민 86% 반대, 민주당식 통합 향한 거부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한 기획이 무산된 것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이 지난 24일 오후 국회본청 계단에서 열린 대전·충남 졸속 통합 반대 범시·도민 총궐기대회에서 강제 합병 반대 결의를 다지고 있다. ⓒ뉴시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보류됐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주도의 행정 통합은 결국 혼란만 남긴 셈이다.
통합을 먼저 제안한 건 국민의힘
이 사안의 출발점을 짚어야 한다.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민주당이 시작한 게 아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광역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2024년 11월 자발적으로 통합에 합의하고, 직접 통합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이 출발이었다. 두 지자체가 민관협의체, 전문가 포럼, 20개 자치구·시군 주민 설명회를 차근차근 거쳐온 결과였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이 흐름에 편승해 2025년 12월 충남·대전 통합 추진 방침을 밝혔고, 이후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주도권을 빼앗아갔다. 그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지역 요구사항을 뺀 '껍데기 통합'
민주당이 행안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에는 정작 대전·충남이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온 핵심 내용들이 빠져 있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권, 세금 징수권, 실질적인 행정 권한 이양이 모두 제외됐다. 민주당은 "부족한 부분은 시즌2 개정안으로 채우겠다"고 했지만, 미완성 법안을 먼저 통과시켜놓고 나중에 손보겠다는 것은 약속이 아니라 미루기에 불과하다.
통합을 먼저 제안했던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가 법사위 보류 직후 "법안을 철회하고 지방분권 취지에 맞는 새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이 원했던 통합의 내용과 민주당이 밀어붙인 법안 사이의 괴리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주민 86%가 반대한 이유
대전시의회 민원게시판에는 일주일 새 반대 민원이 430건을 넘었고, 지역 주민 여론조사에서는 86%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숫자는 통합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절차도 내용도 실종된 민주당식 통합에 대한 거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책임을 돌린 대상은 다름 아닌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였다. 두 의회가 2월 19일 임시회에서 반대 의견을 공식 의결하자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는다"며 비난했다. 선거로 구성된 지방의회의 정당한 결의를 '발목 잡기'로 몰아붙이는 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민심은 민심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이다.
광주·전남만 통과
법사위 당일, 민주당은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통합법은 보류하고 광주·전남 통합법만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세 지역을 함께 추진하다가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만 먼저 챙긴 이 결과는, 이 통합 추진이 처음부터 지역 발전이 아닌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했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선거 앞에 지역을 수단으로 쓴 대가
민주당이 제시한 로드맵은 처음부터 6·3 지방선거 일정과 정확히 맞물렸다. '2026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은 통합의 완성이 아니라, 선거 판도를 바꾸기 위한 정치 기획이었다. 결국 그 기획은 갈등과 분열만 남기고 사실상 무산 수순에 들어갔다.
대전과 충남의 진정한 통합은 지역이 먼저 원하고, 지역이 직접 설계하고, 주민이 최종 동의하는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두 시도지사가 처음 합의하며 걸었던 그 길이 올바른 방향이었다. 민주당이 장악한 여의도가 그 길을 빼앗아 망쳐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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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