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연장 규제 서두르는 금융위…전산 인프라 미정비 속 실효성 논란
입력 2026.02.25 07:02
수정 2026.02.25 07:02
은행 전산상 보유주택 수 관리 안 돼…법적 근거·정보 연계 선행 필요
대통령 X 발언 후 연속 회의…적용 기준·대상 여전히 불명확
상반기 만기 499억(0.14%) 불과…매물 효과보다 연체·경매 우려
금융위원회가 지난 24일 5대 은행과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3차 회의를 열었다.ⓒ뉴시스
금융당국이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대출에 적용 중인 담보인정비율(LTV) 0% 규제를 만기 연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대출 회수에 준하는 조치다.
그러나 정책 설계의 전제가 되는 다주택자 관련 통계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는 은행 전산상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책 타깃을 특정할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에서 규제부터 논의가 앞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대출 전산 체계상 차주의 전체 보유주택 수는 관리 항목이 아니어서 전산만으로는 다주택 여부를 직접 파악하기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행 시점에 차주의 전체 보유주택 수를 별도로 관리하는 구조는 아니”라며 “당국이 요청하더라도 전산상 즉시 추출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를 어떤 기준으로 특정할지 현장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역시 유사한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개별 차주가 몇 채를 보유하고 있는지까지는 은행에서 즉시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주택 거래 신고와 등기 정보를 통해 보유 주택 수 자체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가 도입되면 관련 시스템과의 연계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 시스템과의 정보 연계가 가능하더라도 차주의 동의 절차와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련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 도입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정책 추진 속도에 비해 법·전산 인프라 정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관련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 도입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 속도에 비해 법·전산 인프라 정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속도전’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 대출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금융당국에 대응을 주문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연이어 회의를 소집하며 후속 대책 검토에 착수했지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방식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대통령 발언 이후 정책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당국과 현장 모두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책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5대 은행 기준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99억원으로 전체 주담대의 0.14%에 불과하다.
개인 주담대의 상당수가 30년 이상 장기 분할상환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대규모 매물 출회를 유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은행 시스템과 법적 기반을 고려한 설계 없이 방향이 먼저 제시되면서 당국과 현장 모두 난처한 상황”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일 경우 시장 전반을 움직이기보다는 연체율 상승과 비우량 자산 중심의 경매 증가 등 부작용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