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에서 '헌터'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30% 쥔 신동국, 오너십 정조준?
입력 2026.02.24 14:05
수정 2026.02.24 16:53
과도한 경영 개입…전문 경영인 vs 신 회장 대립 구도
신 회장 한미사이언스 지분 추가 확보로 지배력 강화
이사진 4명 임기 완료…오는 3월 주주총회가 분수령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지 1년 만에 다시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경영 개입을 놓고 한미약품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대표가 반발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 회장이 지분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에 나서며 한미약품 경영권 향방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24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당시 ‘키맨’으로서 모녀 측의 손을 들어주며 분쟁을 매듭지었던 신 회장이 최근 부당 경영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안정세를 찾던 한미약품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갈등의 축은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권한 경계’에 있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의 경쟁력을 입증해왔으나, 최근 인사권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이사회 멤버인 신 회장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해에는 신 회장이 임종윤 전 대표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집무실처럼 활용하며, 경영의 핵심 사안들을 직접 보고 받는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내부 균열이 표면화된 지점은 특정 임원에 대한 인사 처우 문제다. 한미약품 생산거점인 팔탄공장 총괄 임원 A씨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신 회장이 이를 비호하며 징계 무마를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박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신 회장이 “그 사람이 성폭행할 사람도 아니다”라며 징계를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논란이 확산됐다.
대주주의 부당 개입 의혹에 한미약품 임직원들도 집단 대응에 나섰다. 지난 23일 한미약품 임원들은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고 “가해자 중심의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신동국 대주주와 스스로 약속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저버린 부당 경영 간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공개했다.
인사권을 지닌 대표이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임원들이 대주주를 비난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박 대표 역시 지난 20일 임직원 대상 입장문을 통해 “녹취 공개는 50여년간 지켜온 기업 문화를 수호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며 “대표로서 온전하게 부여된 권한 행사에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며, 특정 대주주의 전횡에 굴복하지 않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과의 갈등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것이다.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신 회장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한미약품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공시를 통해 신 회장이 2173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추가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양정밀 지분을 포함한 신 회장 측의 지분율은 29.83%에 달하게 됐다. 이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3.84%)과 임주현 부회장(9.15%) 지분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현재 신 회장은 송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다.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3.89%이지만 신 회장의 지분이 30%에 육박하면서 개인 지분만으로도 독자적인 표 대결이 가능한 체급을 갖추게 됐다. 과거 경영권 분쟁의 흑기사였던 신 회장이 오너가의 잠재적 위협으로 변모한 것이다.
지배구조 향방의 분수령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 10명 중 박재현 대표를 포함한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지분 30% 가량을 확보한 신 회장이 박 대표의 재선임을 반대할 경우 한미약품이 경영권 분쟁 이후 구축한 전문 경영인 체제도 불투명해진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과 전문 경영인, 창업주와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며 “신 회장의 성추행 직원 비호 논란을 시작으로 이들 사이의 지배구조 갈등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