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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비 등골브레이커”…대통령 언급에 5개 부처 움직이는 ‘촌극’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2.24 11:40
수정 2026.02.24 11:40

정부, 10년간 모니터링만…눈치보기 급급

학부모 “이제서야…추가금만 20만원”

학교주관구매제 후에도 담합 반복

서울 송파구 나눔교복 매장에서 학부모와 학생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대통령 한 마디에 5개 부처가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교복비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교복 구입비가 60만원에 육박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정부 부처가 일사분란하게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부 대응에도 학부모 등 소비자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10년 간 이런 저런 이유로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았던 교복 시장을 뒤늦게 전수조사 하겠다는 움직임이 실제 시장에 반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교복비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이례적으로 5개 부처를 동원한 합동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교복비 전수조사에 5개 부처가 동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분명한 결과와 성과가 나와야한다는 부담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그동안 교복은 소비자물가지수(CIP)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에서 집중관리하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제로 정부 물가 관리 체계는 생활물가와 체감물가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복은 연 1회 집중 지출되는 특성상 CPI 지표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상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교복은 현재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 항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품목”이라며 “교복과 관련해서는 과거 담합 행위에 대한 적발·조치가 이뤄진 바 있다. 품목별 특성을 감안해 국민이 체감하는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교복비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교복비 상승을 감지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정부의 ‘수동적’ 메뉴얼 시스템 때문이다.


현재 교복 가격 담합은 신고나 제보가 접수돼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교복 시장은 학교와 업체 간 입찰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가 담합 여부를 판단하거나 입증하기 어렵다.


반복되고 있는 교복비 담합 행위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교복의 경우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현재 신고가 들어온 지역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교복비 상승에도 대응이 미온적이었다. 현재 교복비 주무부처는 교육부인데 공정위, 재경부 등 여러 부처가 혼재 돼 있는 구조도 제도적 보완을 미루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교복 가격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교복협의회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다음 학년도 교복 상한가를 정하는 ‘상한가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교복 상한가는 34만4530원으로 전년 대비 2.6% 올랐다. 해당 상한가는 동·하복 1세트에만 적용돼 체육복이나 생활복 등 추가 품목을 별도로 구입할 경우 60만원에 육박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를 도입, 시·도교육청별로 30~35만원 가량 구입비를 지원 중이다. 앞서 2013년 교육부가 전국 5516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2013년 신입생 교복(동복) 구매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공동구매가 개별 구매 방식보다 25%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에도 교복 가격 논란은 반복됐다. 교복 가격을 둔 담합 문제 때문이다. 2023년 광주 지역 교복 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수백 원 단위로 투찰가를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교복값이 지난 10년간 신학기를 앞둔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으로 해석된다.


학부모 A씨는 “교복값 자체가 비싸다. 남학생 바지 한벌에 10만원 가까이 하는데 문제는 하복의 경우 한 벌 정도씩 더 구매하게 되니 부담이 더 크다”며 “교복 구입 후 왜 이렇게 비쌀까하고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도 이정도로 부담이다. 특히 하복의 경우 한 벌 정도 더 구매해야 해 그만큼 부담이 따른다. 가격만큼 질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해마다 교복값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교복값 이슈가 불거진 것을 두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B씨는 “그간 학부모들은 교복값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해왔었다. 최근 대통령이 이야기하면서 이슈가 크게 된 것”이라며 “정장식 교복 한 벌에 30만원 정도를 지원해주는데 블라우스, 체육복, 생활복, 명찰 등 추가금이 계속 따른다. 추가금이 기본 15~20만원”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그간 교복 업체의 담합이 심하다는 기사도 계속 있었고, 최근 신학기를 앞두고 맘카페에서 교복 가격 비싸다는 글이 끊이질 않았다. 학부모 부담을 줄인다고 교복값을 지원해도 업체에서 올리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느냐”라며 “교복을 대신해 생활복을 입거나, 자율화 교복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 같다.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9일 SNS를 통해 “업체들의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가격 적정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장 형태의 교복이 꼭 필요한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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