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 압박에 한발 물러난 당정…쿠팡 사태 '해빙 무드' 올까
입력 2026.02.23 07:00
수정 2026.02.23 07:00
미 하원 청문회·ISDS 압박 속 당정 기류 변화
통상 마찰 우려에 영업정지 검토서 선회
새벽배송 규제 카드 여전…갈등 불씨는 지속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간담회'를 열고 정부 조사 결과, 관계 부처 대응, 소비자 보호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던 당정이 당초보다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에 전략적 후퇴를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부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팡 개인정보유출 대책 간담회'를 열고 쿠팡의 영업정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TF총괄분과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남근·이강일·이훈기·김현정·송재봉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등이 함께 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따른 영업정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제재는 개보위 차원에서 과징금, 공정위는 과태료와 시정조치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영업정지는 전자상거래법상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 제 3자로의 도용이 확인돼야 하는데 그 부분은 확인이 안 됐다"며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각 부처에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입장은 강도 높은 제재 절차를 예고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쿠팡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국회 청문회 등을 거치며 여론이 악화되자 영업정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잇따라 쿠팡을 향한 정부·여당의 대응이 미국 기업을 향한 '차별적 대우'라는 입장을 내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됨에 따라 당정이 '톤 다운'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23일(현지시간) 비공개 진술 청취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에이브럼스캐피털을 비롯해 듀러블캐피털파트너스, 폭스헤이븐 등 미국계 투자사 3곳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공식 전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그린옥스캐피털과 알티미터캐피털이 같은 취지의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가능성을 공식화한 미국 투자사는 모두 5곳으로 늘어난 상태다.
실제 이번 을지로위 회의에서도 미국 측의 여론을 의식한 듯한 반응이 이어졌다.
이훈기 의원은 "미국 정치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된 내용만 보고 쿠팡에 대해 당국에서 가혹하게 한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며 "우리가 조사한 것을 정확히 전달해 반영되도록 정부에서도 다방면으로 정리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이 쿠팡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를 의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지배력이 높은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영업정지는 선례가 없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칫 영업정지가 현실화 될 경우 소비자가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나아가 쿠팡 입점 업체, 배송 기사들의 경제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파장이 확산될 경우 부담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정 부분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향후 공개될 쿠팡 조사 결과와 23일 예정된 미국 하원 청문회 내용에 따라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당장 영업정지는 아니더라도 쿠팡을 향한 규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쿠팡의 핵심 경쟁력인 새벽배송에 대한 규제가 첫 손에 꼽힌다.
현재 정부·여당은 새벽배송 야간 근로시간을 주 46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실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택배 노동자들의 야간 배송 작업시간을 주 5일, 최대 46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그러나 쿠팡·컬리 등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들은 주 최대 50시간을 요구하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남근 의원은 "만약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대다수 회사들과 택배기사 단체들이 합의한 내용을 가지고 생활물류법 개정을 통해 야간배송 과로사 감소를 위한 특례 규정 입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