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부모 상대 손배소…법조계 "성년 도달 여부 따라 갈릴 듯" [디케의 눈물 356]
입력 2026.02.11 15:55
수정 2026.02.11 15:55
법원,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 부모 손해배상 책임 인정하지 않아
민법상 미성년 범죄자 부모 책임 인정…'성인 자녀', 사실상 부모와 별개 인격체
법조계 "후견인 지정하더라도 법적 행위 대리권만 있어…자기 책임 원칙 타당"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 ⓒ연합뉴스
지난 2023년 시민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분당 흉기난동' 희생자 부모가 범인 최원종(25) 부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최근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도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는 부모 책임이 일부 있을 수 있으나 성년이 도과할 경우 법적으로 자녀와 부모는 별개 인격체로 보는 만큼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달 16일 '분당 흉기난동' 희생자 고(故) 김혜빈씨의 부모가 최원종 및 그의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원종은 김씨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4억4000여만원씩 모두 8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원종의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독립한 성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리감독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부모와 법률대리인 오지원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치유)는 지난달 21일 보도자료에서 "정신질환자가 심각한 망상 증세를 보이면서 흉기를 소지하는 등 타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호의무자가 구체적으로 인지한 것이 명백한 사안에서 그 책임은 엄중하게 판단됐어야 한다"고 재판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최원종은 지난 2023년 8월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과 연결된 수인분당선 서현역 부근에서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았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4명이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4년 11월 무기징역을 확정 판결받았다.
조사 결과 최원종은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2020년에 앞서 5년여간 받아 왔던 정신과 치료를 중단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성인이라 하더라도 범죄의 책임을 부모에게 묻기에는 법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민법 제755조는 미성년자를 비롯한 책임무능력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경우 감독의무자가 그 의무를 게을리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자녀가 만 19세를 넘길 경우 부모의 친권과 보호·교양 의무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성인 자녀와 부모는 별개 인격체로 구별되는 만큼 성년 범죄자에 대한 부모 손해배상 책임은 쉽게 적용할 수 없다는 법조계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판사 및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최석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법률행위를 대신해 줄 후견인이 지정되지 않는 한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성년을 도과할 경우 범죄자 부모에게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연좌제로 비춰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후견인이 지정되더라도 법적 행위에 대한 대리권만 있는 것"이라며 "일반 정서상으로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잘 돌봐야 되는 건 맞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될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윤민선 변호사(법무법인 새별)는 "사실 성년인 자녀가 정신질환이 있다고 한들 그 부모에게 책임을 지우는 명시적 법률적인 규정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라며 "가해자 본인이 100% 손해배상을 지는 것이 현재 법 체계에서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부모에게도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타당해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부모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범죄자가 책임을 온전히 지도록 하는 것이 현 법률 체계에 부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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