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변수에 흔들리는 유통 정책…대형마트 규제 완화의 명암
입력 2026.02.06 13:51
수정 2026.02.06 13:52
당정청 이어 야권까지 규제 완화 검토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는 여전
역성장 대형마트엔 ‘반쪽 처방’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뉴시스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조심스런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환경 속에서 ‘사양산업’으로 분류돼 온 대형마트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변화의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무게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다만 규제의 핵심으로 꼽혀온 의무휴업일 문제는 이번 논의에서 제외되면서, ‘반쪽짜리 완화’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배송 경쟁에서 일정 부분 숨통은 트일 수 있지만, 매출 비중이 큰 주말 영업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구조적인 경쟁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자상거래에 한해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이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에 나선 배경에는 쿠팡을 둘러싼 긴장 국면이 있다. 경영진의 청문회 불출석과 해외 로비 논란이 겹치며, 직접 규제 대신 유통 구조를 손보려는 접근이 힘을 얻었다. ‘탈팡’ 여론에도 대안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현실 인식이 깔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를 두고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완화 보다는 쿠팡 견제용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적 부담이 큰 의무휴업은 건드리지 않은 채, 반발이 적은 전자상거래만 손댄 만큼 판을 바꾸는 개정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과 관련해 업계가 가장 문제로 지적하는 대목은 ▲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된 영업시간 ▲심야 시간‧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이 금지 등이다. 전부 ‘언제·어떻게·얼마나’ 영업할 수 있는지를 직접 제한하는 규제다.
해당 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돼 올해 시행 14년째를 맞았지만, 산업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형마트의 영업이 묶인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만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온라인 배송 규제는 시장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번 온라인 채널로 이탈한 소비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서 대형마트의 고객 기반은 약화됐고, 납품업체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 속에서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의 공세까지 겹치며,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커졌다. 대형마트가 마지막 보루로 여겨온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도 경쟁력이 상승하면서 업계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뉴시스
업계는 이번 개정안 추진에 대해 온오프라인 업체 간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주간에만 이뤄지는 배송을 심야 시간까지 연장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대형마트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와 온라인 장보기 영역에서 가격을 중심으로 한 경쟁 여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지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를 완충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온라인 배송 확대는 중소 제조사와 납품업체 입장에서도 판로 다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매입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 특성상 별도의 온라인 입점 부담 없이 기존 납품 구조가 온라인 판매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형마트 업계는 e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풀필먼트센터가 없다는 점이다. 배송 규모나 품목에 있어 e커머스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긴 어렵다. 당분간 이커머스 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배송 서비스 구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위치한 대형마트 및 SSM 점포를 ‘새벽배송’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새벽배송 소외 지역 고객들의 편익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커머스와는 또 다른 형태의 고객 가치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규제 완화가 소매유통·물류 업종 전반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산업은 점포 인력 외에도 물류나 협력업체, 인근 상권 등과 함께 고용과 소비로 사슬처럼 얽히는 업종이다. 홈플러스 사례에서 보듯 지역 일자리와 세수, 골목상권까지 연쇄 효과를 낸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는 단순히 한 업태의 문제가 아니라, 물류·협력업체·지역 상권까지 연결된 유통 생태계 전반의 숨통을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지역 점포를 중심으로 고용과 소비가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별개로 규제의 또 다른 축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새벽배송 규제가 풀리더라도 휴업일에는 배송이 제한돼, 연중 주문이 가능한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구조적 격차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배송 가능일이 단절되면서 소비자 경험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물류 투자에 대한 유인도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규제 완화 논의에 대해 ‘스텝 바이 스텝’이라고 규제가 진일보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쇼핑하는 쇼퍼들 입장에서 일요휴무가 제외된 규제 완화는 일관성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이탈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점진적으로 일요휴무가 없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이번에 쿠팡 사태가 하나의 촉매제가 돼 대형마트 오프라인 소매업에 대한 영업시간 및 출점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방향으로 빨리 진도를 나가야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