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로 승부수 던진 키키·하츠투하츠…그룹 색깔 찾는 ‘키’ 될까 [D:가요 뷰]
입력 2026.02.01 14:01
수정 2026.02.01 16:59
엔믹스, 라이즈 등 성공 사례 이어 장르적 정체성 확립 기대
2025년 초 나란히 가요계에 발을 내디딘 두 신예 걸그룹 키키(KiiiKiii)와 하츠투하츠(Hearts2Hearts)가 ‘하우스’ 음악을 매개로 그룹의 정체성 확립에 나섰다. 데뷔 당시 몽환적인 신스팝으로 다소 평범한 성적표를 거뒀던 두 팀이 빠른 템포와 중독성 강한 클럽 사운드를 앞세워 대중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키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월 31일 애플뮤직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두 번째 미니앨범 ‘델룰루 팩’(Delulu Pack)으로 컴백한 키키의 타이틀곡 ‘404 (뉴 에라)’(404 (New Era))는 '오늘의 TOP 100: 대한민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키키는 이번 곡을 통해 확실한 변화를 꾀했다. 데뷔곡 ‘아두미’(I DO ME)가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음을 강조했다면, 이번 신곡은 UK 하우스 및 개러지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클럽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데뷔 이후 발표한 싱글들에서 보여준 모호한 색깔에 아쉬움을 표했던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빠른 템포와 트렌디한 감각이 비로소 키키의 매력을 살려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0월 첫 미니앨범을 발표한 하츠투하츠 역시 타이틀곡 ‘포커스’(Focus)로 하우스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딥하우스 특유의 세련된 리듬에 시크한 보컬을 얹어 중독성을 극대화했다. 레드벨벳 ‘행복’, 에스파 ‘블랙 맘바’(Black Mamba) 등 강렬한 변주가 특징인 소속사 선배들과 달리, 데뷔곡 ‘더 체이스’(The Chase)가 다소 평범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활동을 통해 하츠투하츠는 세련된 팝 사운드를 완벽히 소화하며 한층 선명해진 팀 컬러를 증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음악에서 ‘하우스’ 장르는 1980년대 미국 시카고 클럽신에서 출발한 전자음악 장르로, 규칙적인 4비트 킥드럼, 반복적인 리듬 패턴, 미니멀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흐름을 지닌 사운드로, 세련된 감성과 리듬감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케이팝(K-POP)에서 활용 빈도가 높은 장르다. 최근에는 UK 개러지, 딥하우스, 어반 하우스 등 하우스의 세부 장르들이 각 그룹의 콘셉트나 보컬 톤에 맞춰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가요계에서 하우스 장르로 그룹의 정체성을 재확립한 사례는 적지 않다. 두 가지 이상의 이질적인 음악 장르를 한 곡에 섞어 구성한 ‘믹스팝’을 고수하며 데뷔 초 아쉬운 성적을 보였던 엔믹스는 2023년 7월 싱글 3집 선공개곡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를 발매했다. ‘롤러코스터’는 어반 하우스 장르 기반의 펑키하고 소울풀한 트랙에 보사노바 리듬을 믹스한 곡으로 하우스 장르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그룹의 정체성인 믹스팝까지 가져가면서 사람들에게 그룹의 색을 증명했다. 이후 ‘대시’(DASH),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등으로 서서히 인기를 쌓았다.
ⓒSM엔터테인먼트
‘겟 어 기타’(Get A Guitar)로 데뷔부터 반응을 얻은 라이즈는 멤버 승한의 활동 중단 등으로 내홍을 겪으며 팬덤 이탈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후 미니 1집의 프롤로그 싱글 ‘임파서블’(Impossible)로 완성도와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을 얻었다. ‘임파서블’은 리드미컬한 하우스 비트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신시사이저가 특징인 팝 댄스 곡으로, 케이팝을 대표하는 하우스 곡으로 꼽힌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선정한 2024년을 빛낸 케이팝 10곡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음악 장르의 댄스 코레오를 가져와 댄서들이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SF9 역시 데뷔 4년 만에 ‘굿 가이’(Good Guy)로 첫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었다. 이들의 정규 1집 타이틀곡 ‘굿 가이’는 브리티쉬 스타일의 개러지 하우스 장르 곡으로, 신스 베이스의 멜로딕하고 묵직한 리듬감이 도드라진다. 고급스러운 사운드 메이킹과 조화롭고 트렌디한 스타일로 그룹의 절제된 무드를 표현, 인기를 끌었다.
케이팝 그룹들이 하우스 장르를 선택한 흐름은 단순한 사운드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트렌디한 감성은 곧 그룹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관통하는 전략적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데뷔 초 정체성에 대한 물음표를 ‘장르적 방향성’으로 치환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음악성과 콘셉트의 방향을 동시에 잡아가는 키키와 하츠투하츠의 시도가, 과연 팀 색깔을 정의하는 ‘키’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