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선박엔진, 실적 레벨업…수주·단가·투자 3박자 '주목'
입력 2026.01.27 14:16
수정 2026.01.27 14:27
한화엔진·HD현대마린엔진, 연초부터 대형 계약
친환경 전환·이중연료 확산에 엔진 단가 상승
中 조선업 ‘엔진 의존’ 속 다음 성장 국면 대비
선박엔진 업계가 올들어 잇따라 수주 계약을 성사시키며 성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선박엔진 업계가 연초부터 굵직한 수주를 잇따라 확보하며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 호황을 타고 실적 체력이 한 단계 올라선 가운데 올해는 수주 물량 확대와 엔진 단가 상승, 선제적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엔진은 지난해 매출액 1조3711억원, 영업이익 13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82%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738억원으로 120%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약 30% 웃돌았다. 한화엔진은 엔진 단가 상승에 따른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엔진의 호실적은 2행정 저속엔진 평균판매단가(ASP)가 시장 기대를 큰 폭으로 뛰어넘은 데 따른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에 인도한 저속엔진 31대의 ASP는 103억원으로 추정되며, 직전 분기 대비 23.1%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공시를 낸 HD현대마린엔진 역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8.7% 증가한 75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4024억원으로 27.4% 늘었고, 순이익도 1647억원으로 117.4%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연초부터 수주 성과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지난 21일 중국 국유기업 샤먼샹위그룹 산하 선박 관련 무역 계열사와 365억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8년 10월까지다. 앞서 이달 8일에는 중국 최대 민영 조선소인 장수뉴양쯔장 조선소와 242억5900만원 규모의 계약을, 9일에는 타이저우 산푸 선박공업과 621억5000만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이달에만 확보한 수주 금액은 총 1229억원으로, 2024년 매출(3158억원)의 39%,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는 31%에 해당한다. 한 달 만에 연간 매출의 3분의 1에 가까운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한화엔진 역시 이달 중국향으로 추정되는 4340억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 계약을 따냈다. 이는 2024년 매출(1조2022억원)의 36%, 작년 매출 기준으로는 32%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주 확대의 배경에는 글로벌 선박 교체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노후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고부가가치 엔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친환경 규제 방향이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연료에 종속되지 않는 이중연료(DF) 엔진이 자리 잡았고 이는 엔진 단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중국향 수주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선박 건조국이지만 고출력·고정밀 선박엔진 분야에서 여전히 한국과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선체는 자체 건조하되 핵심 엔진은 한국 업체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수주 잔고만으로도 내년 하반기까지 생산 물량이 상당 부분 채워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엔진은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전기 추진·전력 자동화 시스템 업체 SEAM을 인수하며 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HD현대 계열 역시 선박 애프터마켓(AM)과 디지털 솔루션을 결합한 사업 모델을 강화하며 수익 구조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이 단순한 물량 증가를 넘어 엔진 단가와 기술 경쟁력, 서비스 사업까지 확장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선박엔진 업계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체질을 바꾸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