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이 안정권?”… 집권하자, 기준 바뀐 대통령의 ‘환율 착시’ [기자수첩-금융]
입력 2026.01.26 07:05
수정 2026.01.26 07:05
야당 시절 환율이 1400원을 넘자
“국가경제 위기”·“국민 재산 7% 증발” 주장
말 바뀐 李 대통령, 환율보다 더 흔들리는 건 ‘정책 기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환율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단언하듯 말한 순간, 외환시장은 잠시 숨을 멈췄다.
정작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다.
원·달러 환율 1480원을 넘나드는 상황은 이미 한국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는 증거다.
글로벌 긴축의 잔재, 일본발 엔저 리스크, 중동·유럽발 지정학 불안,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까지. 어느 것 하나 가벼운 변수가 없다.
결국 지금의 환율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1400원대 가능’을 단정적으로 언급하며 1400원을 안정권처럼 포장했다. 마치 기준을 새로 만들어 시장에 주입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시장 참여자들조차 피하는 구체적 수치를 국가 최고 권력이 직접 언급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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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
이 대통령은 야당 시절 환율이 1400원을 넘자 “국가경제 위기”, “국민 재산 7% 증발”을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를 몰아세웠던 전력이 있다. 그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현 환율 1480원대는 이미 ‘국가적 재난’ 단계다.
하지만 집권 후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자신이 ‘위기’라던 수치가 지금은 ‘견딜 만한 수준’, ‘곧 내려갈 수준’으로 둔갑했다.
정치적 공격을 위해 울렸던 위기 경보가, 이제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삭제된 셈이다.
야당 때는 1400원도 나라가 무너진다더니, 집권 후에는 1400원을 ‘안정권’처럼 말하는 모습은 스스로의 기준을 부정하는 행위다.
이 정도면 ‘환율 뉴노멀’이 아니라 ‘정치적 뉴노멀’에 가깝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시장을 흔들 수 있다면, 최소한 과거 자기 발언과 충돌하지 않는 무게와 책임이 필요하다.
환율은 정치 슬로건이 아니다.
경제 현실을 덮기 위한 안심 멘트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 놀이가 아니라 현실 진단과 대응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정했던 경고 기준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뒤집는 동안, 환율은 1500원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