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상간녀 의혹까지…법적 한계 뒤에 숨은 ‘검증의 민낯’ [D:이슈]
입력 2026.01.23 11:35
수정 2026.01.23 11:35
일반인 출연자 리스크, 방송가 신뢰 붕괴
“법적 조회 불가”는 면피용 방패막이
사전 조사 부실은 직무유기
비연예인 출연자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른 출연자 자질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임성근 셰프의 상습 음주운전 이력이 드러난 데 이어, SBS ‘합숙맞선’ 출연자의 상간녀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일반인 출연자의 리스크 관리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과 함께, 제작진의 안일한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넷플릭스
최근 임성근 셰프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과거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다고 고백했으나, 실제 적발 횟수가 4회이며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무면허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전과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예정되어 있던 ‘놀면 뭐하니?’ ‘편스토랑’ ‘아는 형님’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등 프로그램의 출연이 취소되거나 출연분에 대한 통편집이 결정됐다. 이후 임성근 셰프는 쌍방 폭행 문제로 벌금 처분을 받은 전력을 추가로 공개, 전과6범이라고 밝히면서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임성근 셰프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SBS ‘합숙맞선’에 출연 중인 한 여성 출연자가 2022년 불륜을 저질러 상간자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출연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나, ‘합숙맞선’ 제작진은 사실 여부 확인과 별개로 통편집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서도 ‘흑백요리사’ 시즌1의 유비빔 역시 방송으로 크게 화제를 모은 이후 불법 영업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프로그램들에서 통편집 되는 등 ‘손절’ 수순을 밟았던 사례나, ‘나는 솔로’ 출연자들의 각종 전과 의혹 등 일반인 출연 예능은 매번 검증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제작진의 해명과 실제 검증 과정 사이의 모순이다. 넷플릭스 측은 임성근 셰프 논란 직후 “출연자 검증 과정에서 2020년 발생한 음주운전 1건은 본인 고지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 해명은 제작진이 스스로 ‘검증의 한계’라는 논리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방송사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근거로 범죄 이력을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몰라서’ 못 쓴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 전과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출연을 강행했음을 시사한다. 즉, 제작진 내부적으로 “음주운전 1건 정도는 용인 가능하다”는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검증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보다는 화제성을 위해 도덕적 기준을 낮춘 제작진의 ‘선택’이 문제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방송 제작진은 출연자 검증 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현행법상 ‘범죄경력자료’를 조회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사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 개인의 전과 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출연자가 작정하고 숨길 경우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오리혀 ‘법적 조회 불가’라는 방패 뒤에 숨어, 실질적인 평판 조회나 심층 면접 등 적극적인 검증 노력을 소홀히 한 직무 유기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서류상의 결격 사유 확인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출연자의 동의를 얻어 생활기록부를 확인하거나, 주변인 인터뷰, SNS 과거 행적 조사 등 다각적인 평판 조회 시스템을 가동했다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사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전 검증 부실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 몫으로 돌아간다. 제작진은 논란이 발생하면 ‘통편집’이나 ‘모자이크’ 처리로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짝짓기 예능의 특성상 특정 출연자를 들어낼 경우 서사의 개연성이 무너지고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번 ‘합숙맞선’ 역시 통편집이 예고됐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실수로 인해 완성도가 훼손된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고가 터지면 편집으로 덮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극적인 일반인 출연자를 섭외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동안 방송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일반인 출연 예능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태도 변화가 필수다. 방송사 자체적으로 엄격하고 구체적인 출연 배제 기준을 마련해, 음주운전, 학교 폭력, 성범죄 등 주요 범죄 이력에 대해서는 횟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출연을 원천 차단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검증 기간과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검증의 책임을 출연자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리스크 관리의 주체로서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