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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오르고 규제는 그대로…기업대출 멈춘 '생산적금융'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1.22 07:35
수정 2026.01.22 07:35

생산적금융 드라이브 속 ‘연초 역성장’ 이상 신호

중기 연체율 상승이 만든 대출 위축의 악순환

규제 완화는 발표만…현장선 실행 시그널 부재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생산적금융이 연체율 상승과 규제 완화 지연에 가로막히며 현장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생산적금융이 연체율 상승과 규제 완화 지연에 가로막히며 현장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동산 대출 중심의 금융자원을 기업과 벤처, 첨단산업으로 돌리겠다는 정책 기조와 달리, 연초부터 시중은행 기업대출이 이례적인 감소세를 보이면서 정책과 시장 간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2898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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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연초에는 은행 이자이익 관리 차원에서 기업대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반대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월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1001억원 늘었고, 재작년에도 2조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연일 생산적금융을 강조하며 금융자원의 흐름을 기업과 투자 부문으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수치 변동이 아니라 생산적금융 전환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소극적인 가장 큰 배경으로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이 꼽힌다.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2023년 12월 0.31%에서 2024년 12월 0.41%로 올랐고, 2025년 12월에는 0.50%까지 상승했다. IBK기업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1.03%로,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체율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은행이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부실 가능성이 커질수록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고, 자본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정책 신호는 분명하지만,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대출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산적금융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 비상장주식·정책펀드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RWA) 완화도 현장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은행의 비상장주식 투자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금융감독원 시행세칙 개정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벤처업계에서는 정책 발표와 현장 실행 사이의 간극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RWA 부담만 완화돼도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여력은 분명히 생긴다”며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발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금 흐름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정책 메시지는 강화되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과 자본 규제라는 현실적 제약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융자원의 흐름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생산적금융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 정비와 명확한 정책 시그널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금융을 하라고 하면서도 자본 규제와 감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현장에서는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며 “규제 완화나 명확한 시그널 없이 지침만 내려오는 구조에서는 자금 흐름이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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