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부추기는 정부?…신용대출 올 들어 반등
입력 2026.01.21 07:25
수정 2026.01.21 07:25
5대 은행 신용대출 다시 105조원대로
가계부채 잡는다더니 시장은 역주행…‘정부발 빚투’ 현실화
지난 20일 서울 신한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신한은행
새해 들어 코스피가 사상 처음 4500선을 돌파하며 증시 열기가 급격히 살아나는 사이, 은행권 신용대출이 예상과 달리 줄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안정화를 내세우며 대출 총량을 조여온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빚투를 자극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104조7330억원에서 11월 말 105조5646억원으로 증가한 뒤, 연말 총량 관리로 12월 말 104조9685억원까지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불과 보름 만인 16일 105조1395억원으로 다시 상승하며 105조원대를 회복했다.
통상 연초에는 연말 조정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지만, 올해는 이 패턴이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해 1월엔 1조5950억원, 2024년 1월에는 1조원 감소했으나, 올해는 감소세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는 증시 강세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피가 연일 기록을 쓰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살아났고, 주담대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차주들은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을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했다.
은행 예금에서 빠진 자금이 증권 계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신용대출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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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증가세를 단순한 ‘빚투’ 재확산으로만 보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생계비 부족을 메우기 위한 생활자금 수요, 기존 대출 상환 보전, 소상공인 운전자금 등 비투자 목적의 대출이 동시에 늘어나는 이중 흐름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상여금과 급여가 들어오는 시기임에도 이를 예금으로 묶어두기보다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는 데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기 체감이 나쁜 만큼 생활자금 목적 대출은 쉽게 꺼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시장 흐름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외치며 규제 강도 조절을 반복해왔지만, 그 사이 시장은 왜곡되고 실수요자만 더 옥죄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이 막히면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더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의 양만 보며 규제를 반복하는 사이, 정작 시장은 더 비싼 대출로 이동하고 가계부채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건 무분별한 대출 억제가 아니라 왜 시장이 줄지 않고 버티는지에 대한 정교한 진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