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처방했는데 임상 재평가라니…국민 치매약 콜린 급여 축소에 고령환자 '눈물'
입력 2026.01.20 13:09
수정 2026.01.20 14:06
콜린 제제 급여 축소…식약처 임상 재평가 추진
급증하는 치매 환자, 약값 부담은 정책적 모순 '반발'
치매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치매 예방 및 치료제로 널리 쓰여온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 제제)를 둘러싼 보건 당국과 제약 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보건 당국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와 임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콜린 제제 급여 축소를 결정했으나, 제약 업계는 “치매라는 질환의 특수성을 간과한 행정 편의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콜린 제제에 대해 임상 재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20년 8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 제제를 사용할 경우 약값 부담률을 높이는 개정 고시를 발령한 바 있다. 이에 종근당, 대웅바이오 등 제약사들이 급여 축소의 부당함을 따지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과적으로 고배를 들었다. 만약 이번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콜린 제제는 ‘허가사항 삭제’와 ‘회수 폐기’ 등 사실상 시장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보건 당국은 콜린 제제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점을 급여 축소의 근거로 내세웠다. 콜린 제제가 일부 국가에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엄격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RCT)에서 충분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급증하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웅바이오 등 주요 제약사는 즉각 부작용을 경고했다. 특히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명에 달하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는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 업계는 이번 결정이 치매라는 복합 질환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건강보험 재정 수치에만 매몰된 조치라는 판단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하며 부담을 나누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재정 절감이라는 단일 기준 만으로 20년간 임상 현장에서 검증된 약물을 외면하고 있다”며 “MCI 단계는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골든타임인데, 이 시기 약값 부담을 늘리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은 ‘약효 입증’ 방식이다. 정부는 단일·단기 임상 결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약계는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치매는 병인이 복잡하고 환자마다 양상이 달라 단기적인 단일 임상 만으로는 효능을 온전히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그 근거로 최근 의료계에서 콜린 제제의 가치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을 강조한다. 2025년 세계신경과학회(WCN)에서 발표된 이탈리아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콜린 투여군에서 해마 및 대뇌피질의 위축 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일상 생활 능력 및 인지 기능 또한 더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에서는 원주세브란스병원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치매 전환 위험은 약 10%,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은 약 17% 낮아졌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현행 약효 평가 도구의 한계도 지적된다. 기존 인지 기능 검사는 수개월 단위의 미세한 호전이나 악화 지연을 포착하기 어렵고, 장기 추적이 필요한 질환임에도 고령 환자의 부담으로 임상이 대부분 18개월 수준에서 종료되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단일 기준 중심 약효 판단이 자칫 국내 퇴행성 신경 질환 치료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콜린 제제를 대체할 만한 현실적인 약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여 축소가 강행될 경우, 경제적 취약 계층의 치매 예방 및 치료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매와 MCI는 병인이 복잡하고 환자별 양상이 크게 달라 단일 임상 만으로는 약효를 판정하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이런 질환을 단일 임상 결과 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치매는 단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질환”이라며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 확인된 콜린 제제의 뇌 위축 억제·인지 보호 효과는 바로 이러한 다층적 평가 틀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