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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후덥지근하게 찍어낸 디스토피아 속 청춘들 [볼 만해?]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1.14 08:47
수정 2026.01.14 08:47

‘보이’를 보기 전에는 배경부터 착각하기 쉬웠다. 등장인물들이 들고 다니는 투지폰 같은 소품, 거친 말투와 무리의 기세 때문에 한동안은 2000년대 초반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는 과거가 아니라 근미래를 다루고 있다. 버려진 사람들의 디스토피아에 ‘텍사스 온천’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불안함을 담아냈다.


ⓒ영화특별시SMC

이 영화는 시작부터 집중해야 한다. 세계관을 모르고 들어가면 초반의 질감과 소품이 주는 과거의 느낌 때문에 장르의 좌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오코리아’라는 설정이 잡히고 ‘텍사스 온천’이 어떤 장소인지 이해되는 순간 영화는 그제야 그들이 준비한 리듬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뮤직비디오 연출로 감각을 단련해온 이상덕 감독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카메라는 인물에게 자주 가까이 붙고 화면은 질감에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니다. 땀, 먼지, 젖은 피부 같은 것들이 자주 잡히면서 관객의 체감 온도가 올라간다. 바다와 비, 목욕탕 같은 ‘물’ 이미지도 반복되는데 이는 작품을 계속 축축한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덕분에 한겨울에 보는데도 이상하게 후덥지근하고 찝찝한 감각이 남는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인상은 ‘시원함’ 보다는 ‘끈적함’이다.


조병규는 제작발표회 당시 ‘보이’를 “요즘 사람 느낌이 나는 영화”라고 평했다. 그 이유는 적재적소에 쓰인 다양한 장르의 음악 때문일 것이다. 아이콘 출신 비아이가 음악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았는데 누군가가 다치고 죽는 상황에서도 게임 퀘스트를 깨는 것 같은 비트가 얹혀 이 어긋남이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영화 배경인 근미래의 느낌을 살린다. 잔인함을 미화한다기보다 이 세계가 이미 감각적으로 망가져 있다는 걸 설명하는 장치다.


하지만 청춘의 불안함을 욕설, 술, 담배, 폭력 같은 전형적이고 보기 불편한 소재로만 담아냈다는 점은 아쉽다. 서인국이 연기한 모자 장수가 교한을 폭력으로 다스리는 장면을 보면 “이게 왜 19금이 아니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영화가 계속해서 왜 이 세계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굴러가는지 쌓아가다 보면 그 수위가 단순한 자극만은 아니라는 점은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된다. 조병규의 필살기인 약간은 ‘찌질’하고 소심하지만 강한 세력과 맞서 싸우는 연기도 이 부분을 중화시켜주는 데 한 몫을 한다.


다만 지니의 연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역할 자체가 낯선 공간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라 시선과 움직임으로 제인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기에 대사가 적어도 어려울 수 있지만 스크린 데뷔작임을 감안해도 어색하다. 그러나 그 부분이 캐릭터가 놓여진 이질적인 공간과 겹쳐 역설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부분부터 인물 간의 감정까지 사람들이 싫어하는 찝찝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다. 직관적으로만 보면 힘들다고 느껴지겠지만 영화 속 젊은 인물들로 표현한 '힙한' 연출을 보고 싶다면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14일 개봉, 러닝타임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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