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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전망보고서] AI가 바꾼 전력 지도…에너지·유틸리티의 분기점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1.15 06:00
수정 2026.01.15 06:00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상시 전력 수요 구조 고착화

재생에너지 확대 속 계통 병목과 운영 부담 확대

전력망과 연료 조달 능력이 유틸리티 경쟁력 가늠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인공지능(AI) 확산과 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며 올해 국내 에너지·유틸리티 산업은 완만한 수요 회복 속에서도 구조적 긴장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에너지 총량 증가는 제한적인 반면 전력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상시적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전 설비보다 전력망과 계통 운영 부담이 먼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에너지 시장은 완만한 회복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삼정KPMG 등에 따르면 올 국내 총 에너지 수요는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 수요 부진이 이어졌던 2025년과 비교하면 반등이지만, 과거 경기 회복 국면과 같은 급격한 증가세와는 거리가 있다.


다만 에너지 총량의 변화와 달리 수요 구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석탄 수요는 발전과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이어지는 반면, 가스와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올해에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소비의 중심이 화석연료에서 전력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전력과 유틸리티 산업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소비 전체가 크게 늘지 않더라도 전력 비중이 높아질수록 발전·송배전·계통 운영의 복잡성은 빠르게 커진다. 전력은 저장과 수송이 제한적인 에너지인 만큼, 수요 구조 변화가 즉각적으로 시스템 부담으로 전이된다.


전력 수요 구조 변화의 핵심 배경에는 AI 확산이 있다.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는 전력 소비를 경기나 계절에 따라 변동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 이상의 부하가 상시 유지되는 형태로 전환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발전 설비 증설 문제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의 설계와 운영 방식 전반을 다시 요구하는 변화다.


국내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입지가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력 공급 총량 확대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력을 얼마나 더 생산하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시장의 초점은 설비 증설에서 계통과 전력망 운영으로 이동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발전 믹스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출력 변동성과 계통 운영 부담을 동반한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이미 전체 발전 설비의 20%를 넘어섰고, 출력 제어와 실시간 수급 조정 문제는 상시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삼성중공업

연료 시장도 전력 중심 구조 전환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은 2026년을 전후로 공급 확대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카타르를 중심으로 신규 액화 설비가 가동되며 중장기적으로 공급 여건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LNG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단순한 물량 확보보다 계약 구조와 가격 연동 방식, 조달 유연성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해외 수요 구조 변화는 여전히 변수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전력 수요를 단기간에 감당할 수 있는 디스패처블 전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발전용 가스 수요 증가는 글로벌 가스 가격의 하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NG 시장은 단순한 공급 과잉이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용도와 지역에 따라 차별화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과 공급망 경쟁 역시 유틸리티 산업 환경을 바꾸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ESS 수요 증가는 중국 배터리 산업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전환이 곧바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환경에서 국내 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발전 설비를 새로 짓기보다 기존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고 효율을 높일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열병합발전, 산업 연료, 에너지 운영 기술을 결합해 비용과 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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