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진출, ‘법인 설립’보다 비자 전략부터 세워야 하는 이유
입력 2026.01.16 08:30
수정 2026.01.16 08:30
ⓒ 데일리안 DB
최근 몇 년간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 흐름을 따라 협력업체들의 미국 출장 및 인력 파견 수요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단순한 시장 조사나 단기 출장의 범위를 넘어 실제로 현지에서 근무하며 책임을 지는 주재원·파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국 조지아주를 포함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여러 현장 사례들은, 미국 진출이 더 이상 “한 번 다녀오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보내고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미국 진출을 논의할 때 여전히 공장이나 사무실의 입지 선정, 해당 주의 세금 구조, 인센티브 정책, 법인 설립 절차와 같은 물리적·제도적 요소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미국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 즉 “그 시설을 누가, 어떤 신분으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 내 공장, 연구소, 사무실 등 모든 사업 시설은 결국 사람이 운영한다. 공정을 이해하는 엔지니어, 본사와 현지를 연결하는 관리자, 현지 인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가 없다면 사업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핵심 인력들을 어떤 비자로, 어떤 목적 하에, 어느 정도의 체류 기간과 활동 범위로 미국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 없이 법인과 시설부터 구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사업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정작 인력은 합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출장 목적의 입국이 사실상 상시 근무로 이어져 체류 자격과 업무 범위 문제에 직면하는 일이 반복된다. 최근 현장에서 거론되는 조지아 지역 사례들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누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비자를 논할 때 많은 기업들이 “어떤 비자가 더 쉽냐”, “어떤 비자가 빨리 나오느냐”를 먼저 묻는다. 그러나 미국 이민법에서 핵심은 비자 명칭 자체가 아니라, 해당 인력이 미국에서 실제로 수행하는 활동의 내용이다. 미국 이민 당국은 입국 자체보다 입국 이후의 ‘행위’를 중심으로 합법성을 판단한다. 출장 신분으로 입국했지만 실질적으로 상시 근무를 하거나, 파견 인력임에도 단기 방문 신분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위험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법적·경영상 리스크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진출에서는 접근 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사업 구조와 인력 운용 방식이 명확히 정리되어야 하며, 그 구조에 부합하는 비자 목적과 포지션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후에야 법인 설립, 공장 및 사무실 구축과 같은 물리적 투자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비자를 사후적으로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비자 요건에 맞게 사업과 인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핵심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진출 전체를 관통하는 전략의 문제다.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이라면 시설 규모나 투자 금액보다 먼저, 실제로 현지를 움직일 사람을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 인력을 미국으로 보내는 방법, 즉 비자 전략이 사업 구조에 맞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미국 진출의 성패는 어디에 법인을 세우느냐가 아니라, 그 법인과 시설을 움직일 사람을 어떤 구조와 신분으로 보낼 것인가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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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만석 이민법인 대양 수석 미국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