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보고서]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상수’…규제가 만든 대출 빙하기, 올해도?
입력 2026.01.11 07:00
수정 2026.01.11 07:00
연말 대출 절벽 대신 ‘12번의 절벽’ 오나
총량·자본 규제 겹쳐 가계대출 회피 구조 고착
포용 금융 외치지만 1금융권 실수요자는 사각지대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2026년에도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갈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가계대출 시장의 ‘빙하기’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량 규제가 사실상 정책의 상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연말마다 반복되던 ‘대출 절벽’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 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은행권의 대출 관리 기조를 재점검하고, 연말에 대출이 급격히 막히는 현상을 반복하지 않도록 관리 방식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총량 규제를 유지하되, 운용 방식은 보다 세분화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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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내년에도 가계부채 총량 관리 측면에서 지금의 기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도 일관되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총량 규제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은행들이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하반기부터 대출을 조이는 관행이 반복되자, 금융당국은 ‘월별 대출 관리’ 방식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연간 총량을 월 단위로 나눠 관리함으로써 특정 시점에 대출이 몰리는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총량 규제가 장기화되면서 연말에만 나타나던 대출 경색이 사실상 연중 상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간 총량 상한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월별 한도가 돌아오는 구조에서는 은행의 대출 여력이 근본적으로 확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한 번 막히던 대출이 매달 말마다 관리 대상이 되는 구조”라며 “결국 대출이 월 초·중으로 쏠리고, 체감상으로는 12번의 대출 절벽이 반복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가계대출 공급을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A) 하한 상향이 꼽힌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주담대 RWA 하한선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였다.
동일한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은행이 부담해야 할 자본이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의 자본 효율성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총량 규제와 월별 관리에 자본 규제까지 겹치며 가계대출에 대한 은행의 회피 성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6%대 중후반까지 형성돼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총량·자본 규제가 겹치며 주담대 금리는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이러한 대출 기조의 부담이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 금융’의 대상자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용 금융은 신용도가 낮은 취약 차주 중심으로 설계되는 반면, 1금융권 가계대출 실수요자들은 정책상 보호 대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말하는 ‘실수요자’의 정의와 시장이 체감하는 실수요자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7일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이 주재한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 백브리핑에서도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포용 금융의 조화를 묻는 질문이 제기됐지만, 당국은 “거시 건전성과 미시적 지원을 어떻게 조화할지 고민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신용대출 급감 이후 공급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인식 수준의 설명만 반복됐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한 번 막히던 대출이 매달 말마다 관리 대상이 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일 뿐”이라며 “관리를 이렇게까지 촘촘하게 하는 게 과연 맞는지, 시장의 흐름에 맡길 여지는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을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은 명확하지만, 지금처럼 규제만 누적되는 방식이 실수요자 부담을 얼마나 더 키울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