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이어진 533억원대 담배소송, 15일 항소심 선고…흡연-암 발병 인과관계 쟁점
입력 2026.01.05 16:12
수정 2026.01.05 16:13
공단, 폐암·후두암 진단 환자 급여비 해당 규모 손해배상 제기
담배회사 "흡연, 개인적 선택…흡연 중단할 수도 있어"
법조계 "담배가격에는 70% 넘는 세금 포함…건강증진세 내포"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담배판매대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가 오는 15일에 이뤄진다. 앞선 1심 재판부는 흡연과 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5일 법조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선고 기일을 오는 15일로 지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 폐해에 대한 담배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공공기관이 원고로 참여한 국내 첫 담배 소송으로, 소송 규모는 약 533억원에 달한다. 533억원은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뒤 흡연과 연관성이 높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2003년∼2012년 지급한 급여비(진료비)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지난 2020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나 담배의 설계상·표시상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성 등을 축소·은폐했다는 공단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공단 측은 판결에 불복해 2020년 12월 항소장을 제출했고 양측은 지난해 5월 최종 변론과 함께 항소심에서의 법리 공방을 마쳤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직접 최종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2025년도에 와서도 담배의 중독성을 얘기하는 것 자체에 비애를 느낀다"면서 담배 회사에 폐암 발병 등의 직접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담배회사 측 한 변호인은 "흡연은 개인적 선택이었고 흡연을 선택하신 분들은 여전히 중단할 수도 있다"며 "금연 성공률이 낮다는 통계가 금연의 자유의지 상실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고 맞섰다.
외국에서도 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소송이 잇달았다. 다만 국가별로 판결 내용은 차이가 있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54년 첫 담배소송이 제기됐으나 이후 40여년간 담배회사의 승소 사례가 이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담배 회사들이 흡연으로 유발되는 건강 문제들을 은폐한 책임을 물어 46개 주 정부가 필립 모리스 등 주요 담배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460억 달러를 변상받도록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담배 회사가 개인 또는 주 정부를 상대로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흡연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판단했고 흡연의 위험은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개인이 스스로 자제할 수 있었다며 담배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례가 이어졌다.
일본과 프랑스처럼 우리나라 역시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데 앞선 1심에서도 공단 측이 제기한 주요 쟁점들에 대해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항소심에서도 주요 쟁점들과 암 발병의 상관관계의 객관적 개연성이 충분한지 여부가 판결에서의 주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신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앤랩)는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일반 국민도 다 아는 사실인데, 담배회사가 일반 국민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위해성을 은폐한 채 담배를 팔았다는 주장이 입증될지 여부가 쟁점일 것 같다"며 "담배가격에는 70%가 넘는 세금이 포함돼 있는데 그중에는 국민 건강 증진 관련 세금도 있는 만큼 흡연으로 인한 암 발병이라는 결과에 담배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암이라는 것은 흡연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사실 흡연과 암 발병 간 인과관계는 추상적 성격도 있는 만큼 재판부 성향에 따라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데일리안DB
